줄기세포를 치료용으로 추출해 보관하는 서비스는 불법일까，합법일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줄기세포 보관업에 대해 법원이 불법 취지의 판단을 내려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관련 업체들은 "줄기세포 관련 산업을 퇴보시킬 판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치료 위한 줄기세포는 의약품"

광주지법 제5민사부는 박모씨(52 · 여)가 "알앤엘바이오가 공급한 지방 줄기세포로 병원에서 시술을 받은 후 혈액암에 걸렸다"며 알앤엘바이오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줄기세포 시술과 혈액암 발병의 인과관계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판결 결과만 보면 알앤엘바이오의 완승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그러나 알앤엘바이오가 박씨로부터 추출해 배양한 줄기세포를 의약품으로 봤다. 줄기세포가 의약품이라면 병원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거친 후 식품의약품안전청(KFDA)으로부터 의약품으로 정식 등재받아야 한다.

하지만 알앤엘바이오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양영희 광주지법 공보판사는 "형사상으로 약사법 위반이라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는 "사람에게서 분리된 세포가 질병치료를 위해 세포 단위로 사용되면 의약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헌혈과 같이 인체 조직 단위가 아니라 줄기세포만 따로 추출하면 일반 시술이 아닌 의약품이라는 설명이다. 광주지법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줄기세포를 향후 고객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추출하면 의약품"이라고 봤다.

◆세포 보관업 중단되나

이번 판결은 알앤엘바이오뿐만 아니라 관련 서비스를 하는 바이오벤처 기업들을 사실상 불법업체로 규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어리고 건강한 세포를 향후 질병치료에 이용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고 면역세포나 줄기세포 등을 보관해준다. 제대혈 보관업체들도 해당될 수 있다. 이들 기업 일부는 줄기세포를 따로 분리 · 배양해 보관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협회에 등록된 업체 300여개 가운데 제대혈 보관업체만 18개，관련 시장 규모는 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KFDA로부터 줄기세포나 면역세포 등이 의약품으로 허가받은 사례는 없다. 향후 검찰 수사나 법원 판결에서 약사법 위반으로 판명돼 서비스가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검찰은 이미 지난 5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아 알앤엘바이오의 약사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알앤엘바이오 측은 "줄기세포를 향후 필요한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사전에 채취하고 보관을 대행했을 뿐이며 목적성이 없는데 의약품으로 본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다른 업체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판결에서는 알앤엘바이오가 환자를 줄기세포 시술 병원에 소개한 데 따른 의료법 위반 혐의는 없다고 봤다. 의료법 적용 대상은 국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에 한정되며, 알앤엘바이오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 줄기세포·제대혈

줄기세포는 뼈,뇌,피부 등 모든 신체기관으로 분화할 수 있는'만능세포'.바이오 업계와 의료계에서는 신체기관이 손상된 환자에게 줄기세포를 이식,해당 기관으로 분화시켜 병을 치료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제대혈은 출산 때 탯줄에서 나오는 혈액이다. 백혈구와 적혈구 · 혈소판 등을 만드는 조혈모세포를 함유하고 있으며 근육,신경 등을 만드는 줄기세포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