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신용협동조합(신협) 중앙회의 입법로비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로비 대상에 다수의 국회의원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2의 청목회(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사건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대전지검은 지난 7일 대전 신협 중앙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기획조정팀의 전산 자료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중앙회가 직원들 명의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제공해 왔다는 혐의로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회는 압수수색에 앞서 관련 디스켓 등을 파기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중순 중앙회 고위 간부 등 3명을 기부알선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의뢰,대전지검으로 이첩됐다. 검찰은 중앙회 측으로부터 1000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받은 의원이 8명이고,이 가운데 2명은 2000만원 이상을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협은 다른 상호금융사처럼 지역조합은 물론 중앙회도 직접 대출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하고,각 조합에서 올라오는 여유 자금과 상환 준비금 등을 대출자금으로 활용하도록 신협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또 부실 책임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사유를 확대하고 위법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의 처리에는 반대해 왔다.

신협 중앙회 관계자는 "10만원씩 기부를 하면 연말에 소득공제로 돌려받을 수 있는 만큼 조합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낸 것 같다"며 로비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신협 측이 법 개정을 조건으로 조직적으로 후원금을 줬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지검 고위 관계자는 "중앙선관위에서 수사를 의뢰해 현재 확인 중"이라며 "아직 수사 초기 단계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신협 중앙회 직원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은 처음 겪어본 일이어서 직원들 모두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비영리 금융기관인 신협이 마치 조직적 로비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이익단체로 비쳐져 당혹스럽다"며 "이번 일이 청목회 사건처럼 확대되는 것 아닌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앙선관위는 신협 측의 후원금 조성 과정상의 의혹을 포착,신협 임직원 2명을 불러 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이 사건과 별개로 장태종 회장(62)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다 최근 무혐의로 내사종결했다.

검찰은 장 회장이 지난해 2월 치러진 회장선거 과정에서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혐의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작년 3월 대전에 있는 중앙회 회장 집무실과 서울의 장 회장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신협은 1960년 부산에서 27명의 조합원이 3400환으로 시작,지난해로 50주년을 맞았다. 현재 자산 43조원,조합원 550만명,점포 수 1628개 규모이며 2006년 중앙회 본사를 대전으로 이전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