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남녀 동거유형, 이렇게 구별한다
한국에서는 미혼의 젊은 남녀가 결혼하지 않은 채 같이 사는 것을 별로 좋게 보지 않고 또 당사자들도 동거사실을 들어내기를 꺼려한다. 설령 약혼한 사이라고 해도 혼인 전에 동거하는 것도 좋게 보지 않는다.

그런데, 이곳 중국에서 젊은 남녀의 동거는 흔히 있는 일이고 감추려고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회사 신입사원 면접에 미혼의 남녀가 같이 와서 면접하면서 "둘이 어떤 관계냐?"고 물으면 펑요우(朋友), 즉 친구라고 답한다. 남녀간의 친구는 연인(애인)이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남녀간이라도 한국식의 순수한 친구 관계인 경우에는 '보통친구(普通朋友)'라고 한다.

지난해부터는 중국언론에 '스훈(試婚)'과 '뤄훈(裸婚)'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동거의 경우는 농민공들이 객지에 와서 서로 만난 사이가 대부분이지만 '스훈(試婚)'은 고향에서 집을 떠날 때 어린 처녀아이를 혼자 객지로 보내기가 걱정스러운 부모가 같은 동네나 같은 지역의 또래 남자 중에 괜찮은 사람을 골라 짝을 지어 객지로 보내면 부모가 덜 걱정을 하게 되고 둘이 뜻이 맞아 결혼을 해도 좋은 경우를 말한다. 즉 양가 부모가 동거를 양해하고 허락한 경우를 말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비슷한 용어를 굳이 찾자면 '약혼동거' 정도가 될 듯하다.

동거와 스훈(試婚)의 차이는 스훈은 최종적으로 결혼을 목표로 하지만 동거는 결혼과는 관계없이 생활의 편의성이나 성적인 욕구에 따라 남녀가 같이 사는 것을 뜻한다. 스훈 관계의 이들은 목적지에 도착한 후 방을 얻어 동거하면서 같이 직장을 구하러 다니고 또한 같은 직장이나 인근 직장에 다니기를 원한다. 따라서 두 사람을 면접한 후에 한 사람만 합격시키는 경우 합격한 사람도 입사를 포기하고 다른 곳을 찾아가게 된다. 이런 경우는 둘 다 합격시키든지 둘 다 불합격시켜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런 커플이 입사 후에 한 사람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즉 한 사람이 징계를 당하든지 문제가 생기면 두 사람 다 퇴직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가리지 않지만 과거에는 커플로 짝지어온 사람들은 뽑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들 사이에 자녀가 생기면 중국사람들의 “집이 있어야 결혼한다”는 오랜 전통인 '우팡부훈(无房不婚, 무방불혼)'에 관계없이 직장동료들과 부모님을 모시고 결혼식을 하고 결혼 사진도 찍는다. 이렇게 쪽방에 살면서 차도, 집도 마련하지 못하고 결혼하는 것을 뤄훈(裸婚)이라 하고 이런 사례는 갈수록 많아 지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지난 몇 년간 폭등한 주택가격도 한몫을 했다.

주택가격이 폭등하면서 뤄혼(裸婚)은 이제 집 떠나온 농민공 뿐 아니라 본 지방 젊은이들 사이에도 광범위하게 확대되는 추세이다. 그런데 이들 중 일부는 결혼사진도 찍지 않고 혼인식도 없이 혼인등기소에 가서 혼인등기만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를 '츠뤄뤄훈(赤裸裸婚, 적라라혼)'이라고 한다.

스훈(試婚)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스훈을 거쳐 결혼을 하면 모르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에 비하여 이혼의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이혼에 따른 자녀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스훈은 여성에게 좋은 점이 더 많은데, 여성이 자녀 때문에 이혼을 하지 못하고 괴로운 결혼 생활을 참아가야 하는 위험으로부터 여성을 보호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온바오 전형구 컬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