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백산 눈꽃 트레킹] 거친 겨울山 함백, 백두대간의 근육을 확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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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문동재~정상 4시간 코스 … 태백의 눈꽃보다 남성적인 맛
함백(咸白)과 태백(太白).뜻으로 보면 그게 그거다. 크고 밝다는 의미의 산 이름이다. 조선 후기 삼척 부사를 지낸 허목 선생도 "함백과 백두와 태백과 밝달은 모두 같은 뜻"이라고 했다. 존재감으로는 함백이 태백에 미치지 못한다. 함백의 덩치(1572.9m)가 태백보다 큰데도 말이다.
태백시 문화관광해설사 신동일씨는 "함백과 태백의 존재감 차이는 오행의 이치에 따른 산의 품성 차이에서 비롯한 것"으로 풀이한다.
음양오행설에 따르면 목(木) · 화(火) · 토(土) · 금(金) · 수(水) 오행(五行)은 우주만물을 형성하는 원기(元氣)다. 만물은 상생상극(相生相剋)하는 오행의 변화에 따라 생기고 흥하며 쇠하고 없어진다. 오행의 중심은 토다. 태극에서 갈라진 음과 양을 아우르고,다른 오행의 바탕이면서도 변화를 중재하는 게 토라는 것이다.
이쯤 되면 함백이 아닌 태백에 천제단을 둔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신동일씨는 "함백은 태백보다 높지만 모양이나 기운이 목(木) 산이다. 반면 태백은 토의 기운으로 뭉쳐져 있다"고 말한다. 태백이 이 일대 산의 중심이며 함백은 태백에서 뻗어나간 가지산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함백이 꿀릴 것은 없다. 산길을 걷는 데 산에 대한 이런저런 구별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함백은 함백대로,태백은 태백대로 서로를 특징짓는 색깔이 있다. 함백이나 태백이나 때에 맞춰 펼쳐지는 멋과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으면 그만이다. 태백의 일출은 한 해의 시작과 다짐을 하기에 좋고,함백의 수수한 들꽃 주변에서는 새봄의 사랑을 얘기하기 좋다는 식이다.
주목에 핀 상고대로 대표되는 한겨울 눈꽃 트레킹 코스로는 차이를 두기 어렵다. 태백의 눈길이 여성스럽고,함백의 그것에서는 조금은 거친 남성성을 느끼게 된다는 게 다르다고 할까. 자신을 좀 더 세게 밀어붙이고,그러는 가운데 새로운 전단을 찾으려는 이들이 겨울 두문동재에서 아이젠을 차는 이유다.
두문동재(1268m)에서 함백산 정상까지는 5.3㎞,다시 만항재(1330m)까지 2.4㎞를 더하면 8㎞에 가깝다. 눈길에 넉넉히 4시간 정도 잡는다. 초반 은대봉(1442.3m)까지 1.1㎞ 코스가 아득히 높아 보인다. 천천히 에둘러가는 길은 아무도 밟지 않은 눈으로 덮여 있고,곧장 치고 올라가는 길에만 아이젠 자국이 어지럽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 뒤돌아서서 두 시 방향으로 시선을 두는 게 숨을 가다듬는 요령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천상화원을 이루는 금대봉쪽 능선과 멀리 매봉산 꼭대기의 풍력발전기 풍경이 숨을 쉬는 것조차 잊게 만들 정도다.
은대봉에서 제1쉼터(1260m)를 거쳐 제2쉼터(1268m)까지 1시간 반.완만한 내리막 코스여서 부담스럽지 않다. 제3쉼터인 중함백(1508m)과 함백산(1572.9m) 정상까지는 내내 오르막.초반 은대봉 비탈길의 기억이 떠오르는 구간이다. 중함백 정상 부근에서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피로가 조금은 풀리지 않을까. 저 아래 정선 고한 읍내 풍경이 눈덮인 난장이 마을을 보는 것 같아 새롭다.
함백산 정상께의 주목 풍경이 압권이다. 두텁게 쌓인 눈 속에 드문드문 서 있는 주목이 고독하면서도 결기가 있어 보인다. 만항재가 아닌 두문동재에서 걷기 시작한 것은 이 주목 풍경을 마지막까지 아껴두기 위해서다. 쉬운 내리막이 아니라 어려운 오르막 길 끝에서 땀에 흠뻑 젖어 마주하는 이 한 장면의 풍경이 더 감동적이지 않은가. 겹겹이 흐르는 백두대간의 근육질 산줄기를 확인하는 함백산 정상 전망에 유난히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도 같은 이유다.
태백=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 팁
서울에서 경부·중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여주휴게소~중부내륙고속도로~감곡나들목~38번 국도~충주~제천~영월~정선 고한~두문동재터널~태백.중앙고속도로 제천 나들목으로 내려서 38번 국도를 타도 된다.
21일부터 열흘간 열릴 예정이던 태백산 눈축제는 취소됐다. 구제역 침투를 막기 위해서다. 태백산 당골광장에서 초대형 설상을 볼 수는 있다. 오페라 하우스,스핑크스 등 11점의 초대형 설상은 예정대로 설치한다.
스키장이 있는 오투리조트(033-580-7777)가 가족 단위 숙소로 좋다. 시내에 패스텔 모텔(033-553-1881) 등 깨끗한 모텔이 많다. 태백 한우고기가 유명하다. 황지동 한우마을(033-552-5349) 등에서 마블링이 좋은 한우를 맛볼 수 있다. 생갈빗살,주물럭 모두 200g에 2만5000원.태백 닭갈비는 춘천 닭갈비와 달리 육수를 부어 자작하게 끓인다. 강산막국수(033-552-6680)는 면이 부드러우며 국물맛이 깔끔하다. 칼국수도 좋다. 5000원.태백시청 관광문화과 (033)550-20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