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설마 했는데 월박(越朴 · 중립이나 친이계에서 친박계로 넘어감) 속도가 이렇게 빨라질 줄은 몰랐다. 우리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친이계 의원) "정권의 눈치가 보여 말을 안했을 뿐이지,원래 친박 수는 한국경제신문이 보도한 수준이었다. 공천이 다가올수록 의원들의 마음은 더욱 다급해 질 것이다. "(친박계 의원)

2012년 총선의 공천전쟁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계파 관련 보도에 한나라당 전체가 들썩였다. '與의원들 '박근혜로 이동 중'(본지 2011년 1월13일자 A14면 참조 )이란 제하의 기사를 접한 친박계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반응을 보였고,친이계는 심각한 위기감을 표출했다. 국회 의원회관은 하루종일 분주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실에는 하루 종일 기사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문의가 이어졌다. 새롭게 친박계로 분류된 의원들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한 관계자는 "일부 의원은 공천을 준 친이계 유력 정치인들의 눈치가 보여 '커밍아웃'이 쉽지 않았는데 기사를 통해 친박계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게 돼 기뻐하는 눈치였다"고 전했다.

친이계 분위기는 대조적이었다. 이재오계처럼 결속력이 강한 계보 외에는 친이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한 친이계 인사는 "소문으로만 돌던 월박현상이 점점 현실화되는 것 같다"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발빠른 대권행보와 당 · 청 갈등으로 친이계 가 더 흔들릴 것 같아 걱정된다"고 했다.

몇몇 의원들은 기사내용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A의원은 공천을 준 한 유력 정치인에게 찾아가 기사내용을 직접 '해명'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유력 정치인은 "계파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공개선언이라도 하라"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B의원은 주변에 계파 이동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기사 수정 요청은 하지 않았다.

계파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나라당 사무처 당직자들도 계파기사에 민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당직자는 "아침에 출근해보니 동료가 참고하라며 계파분석표를 몇 장 복사해 주변에 나눠주고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엇갈린 반응 속에 물밑 선거전이 이미 시작 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

구동회 정치부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