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가격 인상을 검토했던 제과업체들이 잇따라 인상 계획을 포기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물가 상승 억제 방침에 두부가격을 올렸던 업체들이 다시 내리고,작년 말 설탕값을 소폭 인상했던 업체들의 추가 인상에 제동이 걸린 분위기를 외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제과업체들은 보통 원가 상승 요인을 감안해 제과 성수기가 시작되는 3~4월 이전에 가격 인상과 리뉴얼을 단행하지만,올해는 선뜻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지 못하고 있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2009년 상반기 이후 가격 인상을 자제했지만 지난 1년간 설탕을 비롯해 전지분유 코코아 석유 인건비 포장재 등 원 · 부자재 비용이 많이 상승했다"며 "제품가격을 올리지 못한다면 올해는 수익성이 크게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초 1월에 예정했던 가격 인상 계획을 접으면서 사업계획 수정도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해태제과는 이달 초 대표 제품인 '홈런볼'(46g)을 1200원에서 1400원으로 올리는 방안 등을 검토했지만 가격 인상 작업을 보류하고 있다. 가격을 올렸던 일부 두부업체들이 지난 12일 다시 인하키로 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직후다.

롯데제과 관계자도 "올해는 원재료값 압박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가격 인상 건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오리온제과는 내달 '초코파이' 등 일부 제품가격을 인상하려고 했지만 더 두고보기로 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식품업계 가격 인상에 모든 이목이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제품값을 올리기엔 부담스럽다"며 "당분간 가격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작년 말 가격을 올렸던 일부 음료업체도 아직 가격 인상폭이 반영되지 않은 유통채널에 대해선 출하가격 적용을 늦추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가격 인상을 시도하는 식품업체는 모두 '역적'이 되는 분위기에서 누가 감히 나서겠느냐"고 지적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