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시행사)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선분양하기 직전 의무적으로 내는 주택 분양보증수수료는 취득세 과세표준에서 빼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주택분양보증 수수료란 민간 아파트 입주자 보호를 위해 건설사가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에 가입할 때 내는 수수료다. 통상 보증총액(잔금을 제외한 분양가 총액)의 0.4~0.8%다.

민간 건설사가 짓는 모든 아파트(공동주택)는 분양보증 가입이 의무화돼 있으며 건설업체가 부도 · 파산할 경우 대한주택보증이 나머지 공사를 책임지고 마무리해 분양계약자들의 입주를 보장해 준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아파트 건설 시행사인 H사가 대전시 유성구청장을 상대로 낸 과세부과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대전시 유성구에 아파트를 짓던 H사는 2002년 분양보증수수료 13억4500만원을 제외하고 취득세 등을 계산해 납부했다. 이에 유성구청이 보증수수료를 합친 금액(과세표준)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보증수수료는 주택 분양 비용이지 취득가격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현행법상 취득세의 과세표준이 되는 '취득가격'은 '부동산 등 물건을 취득하기 위해 지급한 비용'이다. 재판부는 △보증수수료는 사업자가 신축건물을 취득할 수 있도록 보증하는 제도가 아니라 계약자(수분양자)를 위해 분양계약 이행을 보증한다는 취지 △기업회계기준상 보증수수료는 취득원가가 아닌 판매비 · 일반관리비로 처리한다는 점을 들어 원고 승소 판결했다.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보증 수수료가 아파트 취득과 관련성이 없다고 보고 과세표준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취득세 뿐 아니라 취득세 과세표준을 반영하는 등록세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건설사들의 세부담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