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4000억 추가 영업이익 기대
충남 서산시 대산산업단지에 있는 현대오일뱅크 공장 정문을 들어서면 정면에 보이는 얕은 언덕 위로 높이 솟은 5개의 철탑과 돔 형태의 원유 저장고가 한눈에 들어온다. 현대오일뱅크가 3년8개월 동안 2조6000억원을 들여 건설한 제2차 고도화설비다.
현대오일뱅크는 제2차 고도화설비를 기계적으로 완공,16일부터 시험 가동을 시작했다. 5월부터 본격적인 상업 가동에 나서면 이 회사의 고도화 비율(전체 원유정제 처리능력 대비 고도화설비 생산 비중)은 정유업계 최고인 30.8%로 높아진다.
이번 공사에 쓴 철골은 지하철 1200량에 해당하는 4만6500 t,공장을 휘감고 있는 배관 길이는 서울과 부산 왕복 거리인 920㎞에 달한다. 공사에 투입된 근로자는 하루 평균 5000여명에 이른다. 고도화설비는 원유를 정제해 나오는 벙커C유와 같은 값싼 기름을 다시 정제해 휘발유나 경유 같은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을 만드는 시설로,'지상 유전'으로 불린다. 정유사 수익 창출의 원천이 되고 있어,업체들마다 설비 증설로 고도화 비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연간 4000억원 추가 수익 기대
현대오일뱅크는 권오갑 사장의 특명으로 고도화설비 공기 단축에 나서 국내 비슷한 규모의 고도화설비 중 최단 기간에 기계적 준공을 마쳤다. 상업 가동 시기도 당초 7월1일이었으나,5월 중순께 가능할 전망이다.
김정석 현대오일뱅크 증설사업본부장은 "원유를 정제하면 원유보다 싼 벙커C유 등 잔사유가 40% 이상 나오는데 이런 잔사유를 그냥 팔아서는 이익을 낼 수 없다"며 "잔사유를 휘발유와 경유로 바꿔주는 대규모 고도화설비 완공으로 연간 4000억원대 추가 영업이익과 2조5000억원가량의 수출 증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단숨에 업계 최고 고도화비율 달성
대규모 설비 공사였던 만큼 어려움도 많았다. 공장 내 부지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야산을 깎아 만든 108만㎡(33만여평)에 설비를 지었다. 계단식 지형에 설비가 들어선 탓에 7~31m의 높이차가 나는 설비를 잇는 배관을 설계하는 데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이 회사 표종명 증설사업지원팀 차장은 "균일한 압력을 위아래 배관에 유지하는 게 기술적으로 힘든 일"이라며 "국내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현장에 적용한 공법"이라고 전했다.
5월부터 하루 5만2000배럴 규모의 제2 고도화설비가 상업 가동에 들어가면 10%대(17.4%)에 머물던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 비율은 업계 최고인 30.8%로 높아진다. 김 본부장은 "현대오일뱅크의 제2 고도화설비는 새로운 10년을 이끌어갈 핵심 수익 창출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산=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