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우리 사회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질책성으로 한마디씩 던지고,이로 인해 관료 사회를 비롯한 민간 기업,시장이 혼란을 겪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2008년 1월 "대불공단 전봇대 옮기는 것도 안된다"로 시작해 최근 "기름값을 보면 주유소의 행태가 묘하다"에 이르기까지 미세한 사안까지 간섭하는 말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장개입성 발언이 거듭되면서 결국 시장 자율성이 훼손되고 경제구조가 왜곡되는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대통령의 이런 발언들은 관료사회의 무사안일과 뒷북행정에 대한 경고이자 고질적 문제를 바로 시정케 한다는 점에서 순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관련 정부부처의 즉각적인 시정을 통해 좀체 없어지지 않는 각종 불필요한 규제가 폐지되고,기업들의 부당한 행위를 견제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시장의 미시적인 사안에 대한 언급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그 자체가 시장에 대한 간섭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기름값 발언'이나 지난해 7월 "대기업의 캐피털회사가 이자를 많이 받는다"라는 비난처럼,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이나 금리 등에 대한 것일수록 더욱 그렇다. 오히려 시장자율의 기능을 저해함으로써 수요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피해가 뒤따를 수 있다.

실제 기름값만 해도 가격정보가 상세히 공개돼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전국 고속도로 주유소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ℓ당 20원씩 내렸다. 기름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높은 세금에 대한 고려가 없는 바람에 정유회사와 주유소들만 비상이 걸린 셈이다. 캐피털 회사도 지난해 발언 이후 떠밀리듯 금리를 낮췄지만 대출심사를 까다롭게 해 결과적으로 대출 문턱만 높아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통령의 시장개입은 반짝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 시장경제를 왜곡시키는 일이다. 민생과 관련, 선제적 대응을 주문하는 얘기일 수 있지만,현장에서는 전혀 엉뚱한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더욱이 실상을 잘 모르고 한 말이라면 대통령 발언의 신뢰성만 떨어뜨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