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통째로 얼어붙은 하루였다. 초강력 한파가 전국을 강타한 16일 아침 서울이 영하 17.8도까지 떨어져 10년 만에 가장 추웠다. 부산은 영하 12.8도를 보여 1915년 이후 96년 만의 기록적인 한파에 시달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부산 사는 분들은 모두 태어나 처음 겪는 지독한 추위였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최저기온 '신기록 행진'

이날 한파특보가 내려진 내륙 대부분 지역에선 역대 최저기온 기록이 쏟아졌다. 영남이 직격탄을 맞았다. 청송(영하 17.4도),밀양 · 상주(영하 15.8도),영덕(영하 15도),경주(영하 14.7도),김해(영하 13.6도),창원(영하 13.1도),양산(영하 11.7도),거제(영하 10.4도)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0~1980년대 이래 최저기온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울산(영하 13.5도)은 역대 2위,진주(영하 15.6도) 통영(영하 10.7도)은 역대 3위의 강추위였다.

또 철원 영하 24.3도,춘천 영하 22.5도,대전 영하 16.1도,대구 영하 13.1도,광주 영하 11.7도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이 올 겨울 가장 낮은 기온을 보였다. 설악산은 영하 23도까지 내려간데다 초속 10m 강풍이 더해져 체감온도 영하 50도의 혹한에 시달렸다.

◆시베리아 고기압 '기세등등'

전국을 덮친 초강력 한파는 전통적으로 겨울철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유독 강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북쪽에서 확장해 한반도 5㎞ 상공을 뒤덮은 공기는 영하 40도에 육박할 정도로 꽁꽁 얼어붙어 있다.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은 "원래 1월 중순은 계절적으로 태양 고도가 가장 낮아 추위가 극에 달하는 시기"라며 "여기에 시베리아와 몽골 쪽이 현재 눈으로 덮여 있어 대기를 더 냉각시켰고 북극으로부터 밀려 내려온 한기(寒氣)까지 더해지면서 시베리아 고기압이 평년보다 강력해졌다"고 설명했다.

북극의 찬 공기가 밀려 내려온 것은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깊다. 원래 북극이 차가울 때는 편서풍이 북극을 회오리치듯 감싸면서 찬 공기가 제트기류 안에 갇히게 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북극 기온이 평소보다 높은 상태로 오르면서 이 지역 기압이 낮아졌다. 이로 인해 제트기류의 회전력이 약해졌고,냉기가 북극을 탈출해 중위도까지 남하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기상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지구 온난화로 데워진 북극 기온이 찬 공기를 남쪽으로 밀어내 시베리아 냉기류가 한반도까지 덮쳤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 북미와 유럽 등을 강타했던 한파와 폭설 등도 이 같은 온난화의 역설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여기에다 한반도 쪽으로 남하하던 한기가 몽골과 시베리아 쪽에 쌓여있는 폭설에 힘입어 강도가 더 세진 것이 기온 급강하의 또 다른 이유라는 설명도 있다.

◆이달 말까지 계속 춥다

기상청은 추위가 이달 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일인 19일 아침 기온이 중부 영하 10도,남부는 영하 5도 안팎으로 다소 오르겠지만 낮 기온이 0도 안팎에 머물면서 몸으로 느끼는 추위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변인은 "지난 주말 올 겨울 추위는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이며 기온이 더 낮아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조금 덜 추워진다는 것일 뿐 따뜻해질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기온은 다음 달부터 평년 수준을 회복하면서 봄맞이 채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거스를 수 없는 지구온난화 추세 때문에 이런 독한 한파가 반복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관영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현 시점에서 내년 한파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기온 변동폭이 극심해지는 이상기후 추세에 비춰보면 한파가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겨울과 여름에 이상기후가 자주 나타날 것이란 데 이견을 보이는 전문가는 드물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