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여성 셰릴 홉우드는 혼자 힘으로 어렵사리 캘리포니아 주립대를 졸업한 뒤 텍사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지원했지만 떨어졌다. 자신보다 대학 성적은 물론 입학시험 점수도 낮은 흑인과 멕시코계가 합격한 걸 안 홉우드는 부당하다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학교 측은 전혀 문제 없다고 반박했다. 텍사스 법조계에 인종적 · 민족적 다양성을 높인다는 학교의 사명에 따라 사회적 소수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소수집단 우대책을 시행하고 있으며,이 기준으로 입학한 학생 거의 모두 무사히 졸업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다는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소수집단 우대정책을 둘러싼 논란의 예로 든 일이다. 교육 및 취업에서 인종과 민족이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이유는 세 가지다. 표준화된 시험의 불균형 바로잡기,과거의 잘못 보상하기,다양성 증대가 그것이다.

반박도 만만치 않다. 소수집단 우대정책이 다양성을 보장하기보다 인종 간 긴장을 높이고 백인들의 분노를 유발할 수 있으며,평등사회 추구라는 목적의 가치를 떠나 홉우드처럼 불이익을 받는 사람이 있다는 이유다. 샌델은 여기서 입학 허가의 기준은 '학생의 능력이나 미덕'이 아니라 '대학이 정한 사회적 목적에 대한 부합'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계고 출신 카이스트 학생의 자살을 계기로 교육과학기술부가 입학사정관제를 거친 신입생의 사후관리 체제를 점검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입학사정관제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 학생에 대한 관리 정도를 중점 평가한다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는 신입생 선발 시 교과 성적 외에 잠재력과 소질 등을 평가하는 게 골자다. 표준화된 시험의 불균형을 바로잡고,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시도다. 인문학은 몰라도 과학과 공학의 경우 기초실력이 부족한 채 전문 분야 수업을 따라가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잠재력 발굴 및 기회 균등이란 사회적 선을 위해 교과 성적이 떨어지는 걸 알고도 뽑았다면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있었어야 마땅하다.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려면 '어떤 사람을, 왜 뽑을 것인가'라는 대학의 분명한 목적 의식이 전제돼야 한다. 그래야 대책도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강구될 것이다. 지원금을 미끼로 한 정부 주도 정책의 실효성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