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에 담긴 세상 풍경…그림으로 다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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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아트, 시화일률전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 그 꽃.' 시인 고은씨(64)의 시 '그 꽃'에는 끝모를 길을 향해 떠나는 인생의 여정에서 젊은 시절 놓쳐버린 기억의 소중함이 짙게 배어 있다. 중견 화가 고영훈씨는 시의 이미지를 책장 위로 날아든 나비와 화려하게 피어난 꽃으로 형상화했다. 시정(詩情)과 화의(畵意)가 조응하며 서로의 예술 세계가 더욱 빛을 발한다.
고은 강은교 김지하씨 등 시인 74명의 시와 화가 43명의 작품이 만나는 '시화일률(詩畵一律)'전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문학평론가 김재홍씨와 미술평론가 윤범모씨가 공동 기획한 전시회다. 미술가들은 정지용문학상과 영랑시문학상,시와시학상 등 문학상 수상작 40편과 시 전문 계간지 '시와 시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들의 작품을 고른 뒤 이를 자신의 스타일로 조형화했다. 작품 경향도 극사실주의에서 추상화,비디오 아트까지 다양하다.
중견 한국 화가 박대성씨의 그림 '처용 아내'는 칼날 같은 절벽 사이로 솟아나는 태양을 통해 정숙씨의 시 '휴화산이라예'를 수묵의 미감으로 살려냈다. 화가 류민자씨는 김지하씨의 시 '자학봉2'의 감성적인 언어에 '백학봉'이란 미학적인 언어로 응수했다. 박항률씨는 임보씨의 '가시 연꽃'과 김미경씨의 '목련꽃 도서관'을 서정적으로 표현해 냈고,책 쌓기 그림 연작을 해 온 서유라씨는 정희성씨의 '봄날'을 책의 표지처럼 그려냈다. 시어의 참맛을 살려낸 화면들이 인간의 오감을 어루만져주는 듯하다.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씨는 김남조씨의 '면류관'을 알브레히트 뒤러의 자화상과 겹쳐 보여준다. 머리 위로 면류관이 서서히 씌워지면서 뒤러는 고통스러워하는 이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화려한 오방색으로 꽃의 생동감을 묘사한 홍지연씨의 '불꽃'은 풀리는 한강을 바라보며 인생의 허무함과 그것의 극복을 노래한 김효중씨의 서정적인 시 세계를 잘 그려냈다. 젊은 작가 김지혜씨의 '머리에 꽃 달기'는 한 화면에 여러 송이의 난초를 가득 펼친 조형미를 통해 시인 김태주씨의 시 세계를 변주해냈다. 이 밖에 김기라 김준권 남경민 도성욱 류민자 민정기 오원배 유승호 이종구 임옥상 전병현 주재환씨 등 다양한 연령과 스타일의 작가들이 시를 그림으로 옮겼다. 전시는 내달 6일까지 이어진다. 내달 23일부터는 부산 해운대의 가나아트 부산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02)720-102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고은 강은교 김지하씨 등 시인 74명의 시와 화가 43명의 작품이 만나는 '시화일률(詩畵一律)'전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문학평론가 김재홍씨와 미술평론가 윤범모씨가 공동 기획한 전시회다. 미술가들은 정지용문학상과 영랑시문학상,시와시학상 등 문학상 수상작 40편과 시 전문 계간지 '시와 시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들의 작품을 고른 뒤 이를 자신의 스타일로 조형화했다. 작품 경향도 극사실주의에서 추상화,비디오 아트까지 다양하다.
중견 한국 화가 박대성씨의 그림 '처용 아내'는 칼날 같은 절벽 사이로 솟아나는 태양을 통해 정숙씨의 시 '휴화산이라예'를 수묵의 미감으로 살려냈다. 화가 류민자씨는 김지하씨의 시 '자학봉2'의 감성적인 언어에 '백학봉'이란 미학적인 언어로 응수했다. 박항률씨는 임보씨의 '가시 연꽃'과 김미경씨의 '목련꽃 도서관'을 서정적으로 표현해 냈고,책 쌓기 그림 연작을 해 온 서유라씨는 정희성씨의 '봄날'을 책의 표지처럼 그려냈다. 시어의 참맛을 살려낸 화면들이 인간의 오감을 어루만져주는 듯하다.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씨는 김남조씨의 '면류관'을 알브레히트 뒤러의 자화상과 겹쳐 보여준다. 머리 위로 면류관이 서서히 씌워지면서 뒤러는 고통스러워하는 이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화려한 오방색으로 꽃의 생동감을 묘사한 홍지연씨의 '불꽃'은 풀리는 한강을 바라보며 인생의 허무함과 그것의 극복을 노래한 김효중씨의 서정적인 시 세계를 잘 그려냈다. 젊은 작가 김지혜씨의 '머리에 꽃 달기'는 한 화면에 여러 송이의 난초를 가득 펼친 조형미를 통해 시인 김태주씨의 시 세계를 변주해냈다. 이 밖에 김기라 김준권 남경민 도성욱 류민자 민정기 오원배 유승호 이종구 임옥상 전병현 주재환씨 등 다양한 연령과 스타일의 작가들이 시를 그림으로 옮겼다. 전시는 내달 6일까지 이어진다. 내달 23일부터는 부산 해운대의 가나아트 부산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02)720-102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