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소위 잘나가는 IT(정보기술) 부품ㆍ장비 업체의 일부 경영진이 주가가 오른 틈에 잇따라 지분을 매각하면서 해당 기업의 주가 조정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휴대폰용 터치스크린 제조업체 멜파스의 이봉우 대표는 개인부채 상환 목적으로 자사 주식 4만5000주를 지난 13일 처분했다. 시가로 15억5200만원어치다. 이에 따라 이 대표의 보유주식수는 163만5000주(지분율 9.73%)로 감소했다.

또 이 회사 마케팅 총괄을 맡고 있는 조현 전무가 보유주식 9만600주(0.54%)를 전량 처분했고 박주욱 부사장이 1만주를, 이영수 이사가 1100주를 올 들어 장내에서 매도했다.

멜파스 주가는 작년 말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말 2만9000원이던 멜파스 주가는 지난 14일 3만7000원으로 올 들어 10거래일 동안 27.5% 급등했다. 조만간 나올 작년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데다 올해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안다고 할 수 있는 경영진이 주가 상승에 편승해 지분을 매각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멜파스에 대한 '매수' 투자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중소기업 주가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지배구조 이슈"라며 "주가 상승 시 대주주나 경영진이 지분을 매각하게 될 경우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최근 증시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 장비 업체 아토 또한 임원들의 지분 매각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삼성그룹이 얼마 전 사상 최대 규모인 43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이후 반도체 장비 업체들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가운데, 문경수 아토 전무는 자사 보유주식 3만주 중 1만748주를 장내에서 분할 매도했다. 또 임창빈 이사 역시 보유주식 5만5000주 가운데 5400주를 처분한 바 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