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잘못하여 냉동차에 들어갔다가 얼어 죽은 사건이 있었다. 사실 그 냉동차는 냉동장치가 꺼져있었기에 얼어 죽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알리 없는 그 사람은 ‘이 차는 냉동이 될 테고 자신은 곧 얼어 죽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덜덜 떨며 괴로워하다가 결국 얼어 죽은 것이다.
얼마 전 가슴 아픈 소식을 들었다. 평소 잘 알던 대학병원 폐암전문의가 폐암에 걸렸다는 것이다. 그는 언젠가 반드시 암은 정복될 것이라는 굳은 소신을 지녔던 사람으로, 폐암에 대해서는 최고의 명의 소리를 듣는 사람이었다. 사실 그의 손으로 많은 폐암 환자들이 회복되거나 수명이 연장됐었기에 그가 폐암에 걸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필자가 병문안을 다녀오면서 몇 년 전 역시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위암 전문의가 생각났다. 그가 건강했던 시절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병이 뭡니까?”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그는 머뭇거리다 “위암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항상 제가 위암에 걸릴까 봐 두렵습니다.” 그 의사는 두려운 생각을 좀처럼 떨치지 못하더니 자신이 우려한대로 위암으로 눈을 감고 말았다.
누구보다도 암에 대해 잘 아는 그들이 어떻게 자신의 전문 병에 걸린 것일까. 한동안 궁금해 하던 중 우연히 그들을 잘 아는 뇌종양 전문의를 만나게 됐다. 그는 각각 폐암과 위암의 권위자들에게 닥친 비극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저도 한동안 그 생각을 했습니다. 어떻게 그 분들이 암에 걸렸을까 하고요. 그런데 의외로 답은 간단했습니다. 항상 그 병만 생각하기 때문에 그 병에 걸린 겁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의사들은 의외로 자기가 전공한 분야의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연구하고 그리고 수술하고 다시 환자를 대하고,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이 병에 대한 생각뿐이니 남보다 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이다. 지나친 생각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의 한부분이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자기가 가장 잘 아는 부분이. 생각이 몸을 지배하니 만병의 근원이 생각에 달렸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생각은 생각을 낳고 다시 생각이 병을 낳는다. 상념이 병을 만들 듯 지나친 걱정은 없던 병도 만들게 된다. 의사뿐만 아니라 누구나 항상 생각하고 마음에 무언가 가득 담아두면 항상 탈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채워지면 비우고 다시 채워지면 비우고, 항상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야 병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만약 지금 하는 일로 머릿속이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면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처럼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생각에서 벗어나 여행을 가는 것도 좋다. 몸에만 단식이 있는 것이 아니고 생각에도 단식이 필요하다. 무엇이든지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좋지 않은 것이다. 생각이 많으면 넘치기 전에 비우고 다시 채우기를 바란다. (hooam.com/whoi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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