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 파이어니어] (5) "휴대용 거리측정기로 수출 2000만弗 도전"
해마다 이달 하순이면 미국 올랜도에서 세계 최대 골프박람회 'PGA 머천다이즈 골프쇼'가 열린다. 이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가하는 한국 브랜드가 위성항법장치(GPS)와 첨단 알고리즘을 이용한 휴대용 골프 거리측정기 '골프버디'(법인명 데카시스템)다. 허원영 골프버디 사장(50 · 사진)은 "골프쇼에 단골로 참가하는 한국브랜드는 MFS골프 등 손에 꼽을 정도"라며 "해외에서는 인정받지만 아직 국내 시장에선 아웃사이더인데 올해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야심작인 '골프버디월드플래티넘'이 당초보다 6개월 늦은 10월 국내에 출시되는 바람에 매출이 2009년과 비슷한 230억원 선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의 두 배에 가까운 4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이 중 해외 비중은 80% 선이다.

성장의 중심축은 여전히 해외다. 2009년 1000만달러 수출탑을 받은 데 그치지 않고 올해는 2000만달러 수출탑에 도전한다. 전 세계 3만5000개의 골프장 데이터베이스를 갖춘 데다 해외 실측률이 60%를 웃돌아 가장 정확한 코스 정보를 제공하는 게 강점이다.

허 사장은 "미국에서는 100% 자회사인 데카인터내셔널이 스카이캐디에 이어 시장 점유율 20%로 2위를 달리고 있다"며 "올해도 미국과 유럽에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량용 내비게이션은 구글 이미지를 이용할 수 있지만 1m 단위로 측정하는 거리측정기는 정확도가 생명이어서 진입장벽이 높다"고 덧붙였다.

아시아권과 호주 등도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호주는 지난해 10월 진출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에이전트를 통해 진출할 계획이고 일본은 자회사나 에이전트 중 하나를 선택,하반기에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거리 판단 능력은 골퍼의 기량'이라는 오해를 푸는 게 허 사장의 최대 과제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에서는 2006년 1월 대회 조직위원회가 로컬룰로 거리측정기 사용 여부를 정할 수 있다고 결정했고 KPGA챔피언스투어와 KLPGA시니어투어도 거리측정기를 로컬룰로 허용하고 있다. "거리측정기는 넓은 의미에서 야드목 야디지북의 확장이죠.거리측정기를 사용하면 투어에서 9홀 기준으로 23분이나 단축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거리측정기를 쓰는 게 트릭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요. "

허 사장은 오는 3월 50만원에 육박하는 플래티늄 제품보다 10만원가량 저렴한 제품,가을에는 10만원대의 범용 제품을 각각 내놓는다. 구매 문턱을 크게 낮춰 국내 매출을 50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캐디의 도움을 받는 게 일반화돼 있지만 캐디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고 경기 시간도 줄여야 하기 때문에 거리측정기가 대세로 자리잡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