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3D(입체)기술이 뛰어나도 내용이 흥미롭지 않으면 관객은 외면하게 마련입니다. 3D영화가 2D영화와 다른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져야하는 이유죠.예를 들어 영화 '슈렉포에버'에서 전작보다 하늘을 나는 장면이 두드러지는 것은 3D적 요소를 강조한 스토리텔링 덕분이에요. "

단국대 스토리텔링연구센터장인 우정권 교수(사진)는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서울 국제 3D페어'(13~16일)에 수많은 관람객이 몰린 것도 '3D와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할리우드 3D 전문가들과 스토리텔링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한 그는 "3D영화만이 갖는 스토리텔링의 특징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바타''드래곤길들이기' 등 흥행에 성공한 3D영화들을 분석해보면 선악 구조가 확실하고 영웅이 출연하는 등 전체적인 내용은 예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장면 구성에서는 공간 이동이 많고 인물이 앞뒤로 많이 움직이면서 3D효과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3D영화의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나리오 작가의 역할이 중요해요. "

보통 3D영화 제작 과정에서 일반적인 시나리오를 효과적인 3D장면으로 처리하기 위해 '뎁스(Depth · 3D에서 깊이감의 수준을 말하는 용어) 시나리오'를 또 만드는데,3D촬영 기법에 대한 작가들의 이해도가 높을수록 이 작업이 수월하다는 것이다.

"3D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3D효과가 뛰어나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야기가 탄탄해야 한다는 겁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는 단순한 내러티브 구조에 인간과 자연의 관계라는 익숙한 주제를 담았어요. 여기에 3D효과를 이용한 '이미지텔링'을 도입해 성공했죠."그는 한국의 전통적인 이야기에 3D효과를 덧입힐 수 있는 소재가 많다고 했다. 이승과 저승을 한번에 다루는 설화,구천을 떠도는 인물이 나오는 민담 등 다양한 한국 서사가 우리만의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심청전'의 주요 배경인 바다의 파란색은 시각적으로 편안해 3D영화가 선호하는 색인데다 바다에서는 움직임이 빠르지 않기 때문에 3D로 처리해도 어지러움이 덜합니다. '구운몽'에서는 다양한 세계의 팔선녀가 등장하는 등 두 공간이 대비돼 이야기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요. "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