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투란도트'에서는 전형적인 중국풍의 선율이 흘러나와요. 이 작품의 작곡가인 푸치니는 중국에 한번도 오지 않았는데도 중국의 전통 가락을 효과적으로 이용했죠.저는 중국 출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중국의 맛을 음악에 입히겠습니다. "

1999년부터 중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중국국립교향악단을 이끌고 있는 리신차오 상임지휘자(39 · 사진).

그는 세계 최고 권위의 지휘자 콩쿠르인 브장송 국제지휘자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차세대 주자다.

'21세기 중국에 영향을 미칠 100인의 청년''중국청년학습재목상 10인'에 선정됐으며,부산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국립오페라단이 내년 한 · 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오는 25~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오페라 '투란도트'의 지휘를 맡았다.

이번 무대에서도 중국적인 선율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푸치니가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여러 버전으로 존재하는 '투란도트'는 이번 공연에서 2005년 중국 작곡가 하오 웨이야가 새로 작업한 수정본으로 무대에 오른다.

"'투란도트'는 멜로디 등이 푸치니의 전작들과 너무 달라요. 여기에 사용된 화성학이 특히 흥미로운데 푸치니의 예전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이죠.하오 웨이야 버전은 이 부분을 특히 잘 살렸습니다. "

이번 공연에서는 유럽 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국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리신차오는 투란도트 역의 쑨슈웨이를 주목하라고 말했다.

그는 "쑨은 여태까지 다른 성악가들이 보여준 투란도트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원작의 아담하고 잔인한 투란도트를 그대로 재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투란도트의 신하로 나오는 핑,팡,풍의 옷차림도 눈길을 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 부분에서 남자 주인공 칼라프의 신하인 류가 죽어요. 이번에는 연출가가 이 부분을 특색있게 해석할 겁니다. 중국에서는 흔히 좋은 사람이 죽으면 '학과 서쪽 하늘로 간다'고 말해요. 이런 느낌을 보여줄 예정인데 중국인이 아니면 절대 상상할 수 없는 것이죠."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들어보세요 왕자님' '아득한 먼 옛날' 등 아리아로 유명한 '투란도트'는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구혼자를 죽이는 투란도트 공주와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칼리프 왕자가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