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기온이라도 바람이 불 때 더 춥게 느끼는 건 몸 주변을 담요처럼 감싸는 공기층이 흩어져 체온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추위를 더 타는 데도 이유가 있다. 체중이 같을 경우 남자에 비해 몸에 열을 발생시키는 근육량이 적어서라고 한다. 추위에 떠는 여자에게 남자가 윗옷을 벗어 감싸주는 영화 장면에도 다 까닭이 있는 셈이다.
체온은 신체 부위마다 다르다. 보통 귀 코 목 겨드랑이 입 위 순으로 온도가 높다. 귀마개와 마스크,목도리를 하면 추위를 덜 느끼는 것도 그래서다. 재미있는 건 추위에 노출됐을 때 왼쪽 뺨 온도가 오른쪽보다 높게 유지된다는 점이다. 왼쪽 뺨이 심장에 더 가까이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면 저체온증이다. 35도 이하에선 판단력이 약해지고 졸음이 오면서 비틀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술취한 상태와 비슷해지는 것이다. 33도가 되면 환각을 일으키고,30도 이하에선 의식이 사라진다.
겨울만 되면 살이 찐다고들 푸념하는 것도 체온과 관계 있다. 다른 계절과 식사량이 비슷해도 체온 하락으로 기초대사량이 줄어들면서 체중이 늘어나는 탓이다. 체온이 1도 낮아지면 신진대사율이 12% 감소하고,백혈구 활동이 약해지면서 면역력도 30%가량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감기 몸살 등 질병에도 잘 걸린다. 반대로 1도 높아지면 면역력이 대여섯 배나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체온 올리는 방법으론 운동만한 게 없다. 추울수록 몸을 많이 움직이라는 얘기다. 그게 잘 안될 경우 38~40도의 따뜻한 물에서 반신욕을 하면 된다. 1주일에 두세 번 이상,30분씩은 해야 효과가 있다. 옷 벗기가 귀찮으면 족(足)욕이나 수(手)욕을 매일 10~15분씩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물론 스키 등산 얼음낚시 눈길 트레킹 등으로 추위를 즐기는 게 가장 좋다. 그렇게 맛을 들이면 오히려 추위가 기다려 진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