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학과 외국 근무 등을 기피하는 일본 젊은이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본 정부가 직접 나섰다. 주요 대학 12곳 총장과 대기업 16개사의 최고경영자(CEO)가 한자리에 모여 젊은이들의 경쟁력 향상 대책을 짜내도록 하는 원탁회의가 정부 주도로 조만간 열린다.

일본 경제산업성과 문부과학성은 고도의 교육 · 연구 중심 대학과 주요 대기업이 제휴해 국제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고 채용하도록 하기 위한 정례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이르면 다음 달 중 관련 협의체가 발족,첫 번째 원탁회의가 열릴 전망이다.

이 협의체엔 도쿄대 게이오대 와세다대 교토대 홋카이도대 도호쿠대 쓰쿠바대 도쿄공대 히토쓰바시대 나고야대 오사카대 규슈대 등 12개 대학의 총장이 참여한다. 기업 쪽에선 도요타자동차 신일본제철 히타치제작소 미쓰비시전기 미쓰이화학 NTT 이토추상사 도쿄전력 등 16개사 CEO가 함께 한다.

문부과학성은 이 협의체에 올해 확보한 대학의 국제경쟁력 강화 예산 112억엔(1500억원)을 우선 지원키로 했다. 날로 치열해져 가는 국제경쟁에서 산 · 학 협력을 강화해 전문지식과 창의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최근 일본 젊은이들이 해외 유학을 가지 않고,기업에 취직해서도 외국 근무를 지원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일본 경제의 활성화가 불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2005년 이후 일본에서 해외로 유학을 떠나는 학생 수는 급격히 줄었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해외 초 · 중 · 고교와 대학에 유학 중인 일본 학생은 2008년 6만6833명으로 전년보다 11% 줄었다. 일본의 해외 유학생 수가 가장 많았던 2004년(8만2945명)에 비해 20%나 줄었다. 일본의 해외 유학생 수는 2005년 이후 4년째 감소세다.

같은 기간 한국의 유학생 수는 21만6867명이었다. 단순히 숫자만 따져도 일본의 3.2배다. 2008년의 일본 인구(1억2700만명)와 한국 인구(4850만명)를 감안해 비교하면 한국의 8분의 1 수준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의 해외 유학생 감소에 대해 "경기침체와 일본 국민의 '내향적 시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일본 기업의 젊은 직원들도 '일본에서 평범하게 살고 싶다''시차가 있는 해외에서 바쁘게 일하고 싶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해외 근무를 사양하고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일본 정부는 글로벌 인재를 키우기 위해 대학들이 △기업 수요에 맞도록 살아 있는 교육을 실시하고 △성적 평가를 엄격히 해 학생들의 실력을 향상시키며 △대학원에서 기업 인재 재교육을 적극 시행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기업들에는 △기업인 강사의 대학 파견 △대학 연구에 인적 · 물적 참가 △학생의 해외 유학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일본 기업들이 이 원탁회의에 적극 참여키로 한 것은 대학과 대학원에서의 교육과 기업들의 인재 수요가 맞지 않는 '악순환'이 일어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를 뽑기 위해 대학 3학년 때부터 대졸 사원 채용을 시작하는 등 너무 서둘러 학생들의 학업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산 · 학 원탁회의는 이런 악순환을 깨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