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재료가 있어도 적절히 요리해 맛을 내는 솜씨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조직 안에 퍼져 있는 지식도 마찬가지다. 구성원들이 훌륭한 지식과 노하우,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갖고 있어도 조직 내에서 원활히 전파되지 않고 활용되지 않으면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다. 조직 내 지식 공유와 실행을 가로막는 원인으로는 △지나친 내부 경쟁 △말이 앞서는 문화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샐러드뷔페 체인 프레시초이스와 주파의 인수 · 합병(M&A)은 지나친 내부 경쟁이 지식 공유를 방해했던 사례다. 프레시초이스는 1997년 경쟁사인 주파를 M&A했다. 이를 통해 주파의 경영 노하우를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M&A 후 얼마 되지 않아 주파의 지점장들이 회사를 떠나는 등 이직률이 높아졌고 매출은 급감했다. 주파가 갖고 있던 경영 노하우도 활발히 전파되지 못했다.

문제는 내부 경쟁이 심한 프레시초이스의 조직 문화에 있었다. 프레시초이스 직원들은 주파가 다른 회사였을 때는 주파의 장점을 열심히 연구하고 벤치마킹했다. 하지만 M&A 후 주파가 같은 회사가 되자 프레시초이스 직원들은 주파 출신 직원들의 능력을 폄하하고 그들로부터 배우려 하지 않았다. 동료에게서 배운다는 것은 동료가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하는데,경쟁이 심한 조직문화에서 일해 온 프레시초이스 직원들은 동료가 된 주파 직원들의 장점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부 경쟁이 지나치면 지식을 가진 사람도 동료에게 나눠주려 하지 않는다. 조직 내부의 지식을 실행으로 옮기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직원 간 경쟁이 지나치게 심해지지 않도록 하고,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서로 거리낌 없이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말이 앞서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회의에서 제시된 아이디어가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고 아이디어 차원에서 끝나고 마는 일이 종종 있다. 말이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지식은 절대 실행에 옮겨지지 않는다. 스스로 아이디어를 제시하지는 않으면서 남의 생각을 비판하고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더 똑똑한 것처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테레사 아마빌 하버드대 교수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사람이 머리가 더 좋고 전문성이 뛰어난 것으로 인식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지식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화려한 말이나 잦은 회의,장문의 보고서보다 실행에 집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적인 솔직함을 가져야 한다. 지적인 솔직함은 모르는 것을 포장해서 아는 척하지 않고,실패한 것은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뜻한다. 작은 실수나 실패를 감추려 하면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컴퓨터 그래픽카드를 만드는 엔비디아는 직원들에게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남의 실패를 비난하지 않으며,실수를 자산으로 삼으라는 원칙을 강조한다.

공을 방망이에 어떻게 맞춰야 홈런이 되는지 아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우선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이다. 머릿속으로 아무리 많이 알고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중요한 것은 머리 밖으로 나온 지식,즉 실행력이다.

예지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jieun.ye@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