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0세가 된 A씨는 은퇴자금으로 5억원을 모았다. 그는 30세부터 연 6%의 수익률을 내는 복리상품에 매달 50만원을 불입했다. 30년간 납입한 원금은 1억8000만원이지만 이자에 이자가 붙었기 때문에 원금에 비해 3배 가까운 돈을 은퇴자금으로 모을 수 있었다.

역시 60세인 B씨는 A씨보다 10년 늦은 40세부터 은퇴준비를 했다. B씨 역시 A씨와 같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상품을 통해 5억원을 마련했다. 하지만 매달 A씨보다 2배 정도 많은 110만원을 불입해야 했다. B씨가 20년간 납입한 돈은 총 2억6000만원이었다. 10년 일찍 은퇴 준비를 한 A씨는 결과적으로 B씨보다 8000만원 정도를 아낄 수 있었다.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효과 때문이다. 은퇴준비는 빠를수록 좋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은퇴 후 얼마 필요할까

은퇴 후 매달 얼마가 필요할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은퇴 생활을 위해 총 얼마를 모아야 할지를 알고 싶다면 자신이 은퇴한 뒤 매달 생활비 등으로 얼마가 들어갈지를 우선 알아야 한다. 보통 은퇴 직전 월급의 70%는 있어야 은퇴 전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역으로 계산해 보면 필요한 은퇴자금의 총액이 나온다.

예를 들어 은퇴한 뒤 매달 300만원이 필요하다고 가정해 보자.은퇴 후 20년은 생존한다고 보기 때문에 매달 300만원을 쓰려면 총 7억2000만원을 은퇴 전에 모아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민연금이나 기타 현금성 수입이 있다고 가정하면 그만큼을 뺀 나머지가 은퇴 필요자금이다. 매달 300만원이 필요한 사람이 국민연금 등으로 100만원씩을 받기로 돼 있다면 4억8000만원 정도를 준비하면 된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제로 모아야 하는 액수는 이보다 커진다. 지금의 5억원과 20년 후 5억원의 화폐 가치가 같을 수 없는 탓이다.

특히 평균 수명이 연장되며 은퇴 생활 역시 길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상품보다는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상품이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물가 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원한다면 투자수익에 따라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변액연금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도 있다.


◆빠를수록 유리한 은퇴 준비

전문가들은 50대 후반부터 60대 초반을 은퇴시기라고 가정할 때 은퇴를 위한 준비 기간을 20~30년으로 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20대부터 은퇴를 준비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고 늦어도 40대부터는 은퇴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매달 50만원을 내는 개인연금(수익률 연 6%)에 20년간 가입한 뒤 60세부터 20년간 연금을 받는다고 치자.30세부터 50세까지 불입한 뒤 돈을 그대로 놔둘 경우 매달 235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40세에 시작하면 매달 131만원을 받는 데 그친다.

한상언 신한은행 재테크팀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른 나이부터 돈을 모으기 시작하지만 그 돈을 자녀 교육비 등으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작 은퇴 준비는 잘 하지 못하는 편"이라며 "은퇴에 대한 준비가 늦을수록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팀장은 "최소 40세부터는 자신의 은퇴 자금에 자산의 몇 %를 배정할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절세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 등을 통해 은퇴 준비를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비중 줄여야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으로 갖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가계자산 중 금융자산 비중은 20.4%로 미국(64.9%) 일본(58.7%) 영국(45.2%)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부동산은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은퇴 자산으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많다.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으로 병원비 등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부동산은 관리상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 만일의 경우 현금흐름이 일시에 중단되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성진 국민은행 청담PB센터 팀장은 "생활자금과 월 지급액 간의 갭(차이)이 발생하면 부동산을 처분해 현금 흐름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주택 등의 부동산을 상가 등으로 전환해 매달 임대료를 받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금융자산은 안전하고 수익률이 낮은 상품에 편중돼 있다. 한국인 금융자산의 46.6%는 현금과 예금이다. 주식(18.7%) 펀드(5.4%) 채권(4.3%) 등 투자상품 비중은 다 합쳐도 30%에 못 미친다. 미국인들의 경우 자산의 절반을 주식(30.6%) 펀드(11.8%) 채권(9.6%) 등에 골고루 투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만큼을 주식 펀드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30세라면 여유자산의 30%를 현금이나 채권에,70%를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게 좋다는 얘기다. 40대가 되면 안전자산 대 위험자산의 비중을 4 대 6으로,50대는 5 대 5로 조절하면 된다. 정 팀장은 "이미 은퇴를 한 사람은 월 이자 지급식 예금이나 연금식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