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낙마에 이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입지 선정 문제를 놓고 당 · 청 간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과학벨트를 충청권에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데 반해 청와대는 입지 선정부터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 지도부는 19일 대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과학벨트와 관련해 확실한 여권의 입장을 제시하지 못하면 세종시 사태에 이어 또다시 충청권 민심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서병수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모호한 태도와 소극적 침묵으로 일관하며 혼란과 불신을 자초하고 있는 데 대해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문제는 간단한 문제"라면서 "과학벨트를 충청권에 만드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내세운 공약으로,공약대로 충청권에 만들겠다는 원칙만 확인하면 불필요한 오해가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두언 최고위원도 "당 지도부가 19일 대전에 내려가면 적어도 정부와 협의해 충청권 안에서 과학벨트 입지를 고르기로 했다는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정도 답도 얻어내지 못한 채 회의를 열면 충청권 반발이 상당할 것이고,(당정 간) 합의를 하지 못해 대전 회의를 혹시라도 미루게 되면 여당이 미적거린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의 입장은 확고하다. 한 핵심 관계자는 "4월에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구성되면 거기서 입지 선정을 비롯한 상세한 계획을 만들 것이고,그런 다음에 입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중진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세종시 원안을 철회하는 대안으로 나온 것이 과학벨트였는데,청와대 입장에선 원안도 통과된 마당에 과학벨트까지 충청권에 준다는 것이 못마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한나라당이 19일 대전 최고위원회의까지 당정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충청권 민심을 달랠 방법이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안상수 대표가 심재철 정책위 의장에게 과학벨트 입지문제와 관련,정부 입장을 확인 · 조율하라고 지시했지만 당내에선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대전시장 출신의 박성효 최고위원은 "과학벨트가 충청도에 가지 못한다면 세종시 사태보다 훨씬 큰 파괴력을 갖고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