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경매시장에서 3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급등한 전셋값에 부담을 느낀 일부 세입자들이 경매시장에서 내집 마련에 나서고 있어서다.

17일 법원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들어 15일까지 감정가 3억원 이하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평균 83.9%로 지난달 82.8%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작년 4월 85.3%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감정가 3억원 초과 아파트 낙찰가율은 80.6%로 직전 달 80.5%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3억원 이하 아파트 낙찰가율은 직전 달보다 0.06%포인트 상승한 87.7%로 작년 4월 90.5% 이후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경기도는 1.6%포인트 상승한 83.8%로 작년 4월 84.6% 이후 최고치였다.

3억원 이하 수도권 아파트 낙찰률(경매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도 올랐다. 이달 15일까지 평균 낙찰률은 45.3%로 작년 2월 47.9% 이후 가장 높았다.

강은 지지옥션 기획팀장은 "연초부터 전세물건이 품귀현상을 빚으며 가격이 뛰자 경매를 통해 내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전세난이 지속되고 있어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3억원 이하 아파트 낙찰가율도 상당기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 감정가가 싸고 입지여건이 양호한 중저가 소형 아파트에 응찰자들이 대거 몰렸다. 지난 12일 입찰한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 옥빛마을 전용 53㎡는 무려 46명이 경쟁해 감정가의 94.6%인 1억7020만원에 낙찰됐다.

같은 날 경기도 수원시 권선동 현대아파트 전용 60㎡도 24명이 응찰해 감정가의 98.8%인 1억7777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감정가를 웃도는 가격에 낙찰되기도 했다. 지난 13일 입찰한 서울 봉천동 동아아파트 전용 60㎡는 감정가보다 570만원 비싼 2억6570만원에 매각됐다.

이수전 굿옥션 서울지사장은 "일부 지역에서는 감정가에 거의 육박하거나 감정가를 넘는 고가 낙찰이 많아져 낙찰가가 일반 거래의 급매가격보다 싸지 않은 경우도 발생한다"며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입찰 전에 급매가격과 경매물건의 장 · 단점을 충분히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