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한경포럼] 무상복지, 진실을 말하라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경제에 '공짜'는 없다. 돈과 자원이 한정돼 있는 까닭에 무엇을 선택하든지 간에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대안을 포기한 데 따르는 기회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어떤 정책목표를 정하느냐는 그래서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에서 재원 조달을 도외시한 채 무상복지를 확대하자는 얘기를 경쟁적으로 꺼내는 것은 정말 걱정스럽다. 나라와 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는 탓이다.

    민주당의 경우 무상급식 · 의료 · 보육과 반값 대학 등록금 등 이른바 '복지 시리즈'를 시행하려면 스스로의 추산으로도 연간 16조4000억원이나 든다. 그런데도 정작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해선 뾰족한 방안이 없다. 소득세 ·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라는 부자감세와 4대강 예산 삭감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할 뿐이다. 정부기관과 학계에선 소요자금이 40조~50조원으로 훨씬 많을 것이라고 보고 있으니,답답한 노릇이다.

    가뜩이나 인구의 고령화와 출산장려책으로 복지지출은 가만 놔둬도 늘어나게 돼 있다. 게다가 복지대책은 일단 시행하고 나면 철회하기도 어렵다. 이런 판국에 대책없이 공짜 복지를 확대하다간 국가 재정이 나빠져 국민들이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더 내야 할 것은 뻔하다.

    올해 보건,복지,노동 분야의 예산은 86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28%를 차지해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 분야의 예산은 2005년부터 연평균 10% 넘게 급증하고 있어 여유가 없는 게 현실이다. 당장은 어떻게 해서 1~2년은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국민 부담을 늘리지 않고서는 지속적인 시행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현재 조세와 사회보험료를 합친 국민 1인당 복지 부담률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8.7%(2007년)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36.1%로 끌어올리려면 1인당 평균 연간 161만원을 더 내야 한다는 게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이다. 차라리 무상복지 확대가 시급하니 증세를 하자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진실된 해법이라는 얘기다. 국민의 70%를 대상으로 복지정책을 펴겠다는 한나라당 역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예외가 아니다.

    좌파든 우파든 아니면 제3의 길이든,독재정권이 아닌 한 국민들의 복지증진에 눈을 감는 정부는 없다. 그래서는 정권을 유지하지 못한다. 더 이상 복지는 특정 정파와 정당의 전유물일 수 없는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대변됐던 영국병을 치유한 것은 1979년 취임했던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였지만, 20년 가까이 지나서 집권했던 라이벌정당인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도 고용과 복지를 연계한 '생산적 복지(workfare)'정책을 시행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직접 돈을 주기보다 일자리를 주는 복지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뼈저린 경험을 통해 체득했던 까닭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GDP대비 사회복지비 지출비중이 8.9%로 OECD 평균(20.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만큼 복지지출을 계속 늘려 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속도와 규모다. 여전히 복지의 사각지대가 널려 있고 사회보험이 취약한 상황에서 부유층까지 포함한 무상복지를 확대하는 건 우리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이다. 무엇보다 일자리를 주는 생산적 복지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둬야한다. 당장의 달콤함을 앞세워 한 표를 유혹하는 포퓰리즘에 빠져서는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기게 된다는 진실을 외면하면 안된다. 한국병이 퍼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ADVERTISEMENT

    1. 1

      [김동욱 칼럼] 설 연휴에는 독서를…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해 말 페이스북에 “연말 휴가 기간은 책을 읽을 최적의 시간”이라는 글과 함께 지난해 독파한 9권의 주요 서적을 공개했다. 최근 국내에도 번역 소개된, &lsquo...

    2. 2

      [천자칼럼] 실리콘밸리의 '코드 레드' 공방전

      미국 실리콘밸리 빅테크에서 흔한 ‘열정 노동’의 원조 격은 애플이다. 1980년대 초 매킨토시 PC를 개발할 때다. 스티브 잡스는 유명한 ‘우주에 자국(dent)을 남기자’...

    3. 3

      [사설] 4년 뒤 경제활동인구·취업자 동시 감소…구조개혁 시간이 없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이 불과 4년 뒤인 2030년부터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와 취업자가 동시에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저출생과 고령화 충격이 본격화하면서 노동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줄어드는 고용 정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