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 기업인 도요타자동차 노동조합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회사측에 임금인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회사 실적은 개선됐지만 앞으로 경영전망이 불투명하다며 임금인상 자제를 선언한 것이다.

도요타자동차 노조는 엔고 등으로 향후 회사의 경영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올해 회사측과 임금교섭(춘투)에서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8일 보도했다.도요타 노조는 작년에도 임금인상 요구를 유보했다.

도요타 노조는 다만 정기 호봉승급과 상여금인 일시금의 전액(평균 184만엔=2500만원) 지급을 요구하기로 했다.일시금의 경우 노조는 작년에 184만엔을 요구했지만 결국 전년대비 3% 정도 감소한 180만엔에 합의했다.

도요타 노조는 2003년 임금 교섭 때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낸 회사측이 먼저 임금 인상을 제안했지만 오히려 “국제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며 거부했던 일화로도 유명하다.이런 노조 덕택에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60년간 노사분규가 한 번도 없었다.1950년 경영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가 파업했다가 전체 근로자 중 25%가 감원됐던 아픈 경험 이후 도요타에선 ‘파업’이란 단어가 아예 사라졌다.

일본에선 상징성이 큰 도요타 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업계 전반의 임금 교섭도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히타치제작소와 파나소닉 NEC 등 전자업계 노조는 도요타 노조의 결정에 따라 올 노사협상에서 임금 인상 요구를 유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노사가 2년에 한번씩 임금 협상을 벌이고 있는 철강 조선 등 업종의 회사들은 올 봄에는 임금교섭이 없다.

한편 일본의 최대 재계 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은 올 봄 임금협상에서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임금 총액기준 1% 인상에 난색을 표시했다.게이단렌은 17일 발표한 올해 임금협상 가이드라인인 ‘경영노동정책위원회 보고서’에서 정기 호봉승급에 대해서는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그러나 각종 수당과 상여금을 포함해 총액 기준으로 1%를 올려 달라는 노조단체의 요구에는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게 게이단렌의 입장이다.

일본 상장기업들은 지난해 상반기에 실적이 호전되긴 했지만, 작년 회계연도(2010년4월~2011년3월) 전체로는 경상이익 예상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회계연도의 70%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게이단렌은 설명했다.

게이단렌의 오하시 요지(大橋洋治) 부회장은 “엔고와 디플레이션(경기침체로 인한 물가하락)이 여전히 계속 돼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어둡다”며 “올 임금교섭에서도 기업들은 신중한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의 노조와 사측은 요네쿠라 히로마사(米倉弘昌) 게이단렌 회장과 고가 노부아키(古賀伸明) 렌고(連合) 회장의 19일 회동을 시작으로 올 임금교섭을 본격 시작한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