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이에 맞춰 미 의회는 환율보복법안을 재상정하겠다며 양국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압박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그의 중국 내 권력이 취약하다는 논조로 일제히 '후진타오 때리기' 기사를 쏟아냈다.

후 주석 부부는 이날 워싱턴 근교 앤드루스 공군 기지에서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의 영접을 받았다. 워싱턴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 여장을 푼 뒤 백악관 내 대통령 가족식당인 '올드 패밀리룸'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와 우의를 다지는 약식 만찬을 가졌다. 만찬에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톰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과 중국 측 관계자 2명만이 참석했다.

19일 오전 단독 정상회담과 확대 정상회담이 끝나면 공동 성명 발표와 함께 공동 기자회견이 있다. 이날 백악관 공식 국빈만찬에는 양국을 대표하는 각계 인사 등 300여명이 초청된다. 전통 고급요리와 유명 예술인 공연도 펼쳐지는데 이 비용만 50만달러에 이른다.

미 정부는 후 주석을 위해 '레드카펫'을 깔고 있지만 미국 내 시각이 따사롭지만은 않다. 현지 3대 유력신문인 워싱턴포스트(WP),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방문 이틀 전부터 경쟁적으로 후 주석의 권력이면을 들춰냈다. WP와 NYT가 지난 16일자로 각각 '당과 국가라는 중국의 두 얼굴''한계 부각되는 중국 지도자'라는 제목으로,WSJ도 지난 17일자에 비판 기사를 보도했다.

WP는 후 주석이 권력의 정점에 있는 듯 하지만 군부가 그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과 베이징에서 만났을 때 군부의 스텔스 전투기 시험비행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점을 노출했다고 전했다. 일상적인 북한 문제도 중국 외교부가 담당하는 게 아니라 공산당의 국제연락부가 맡고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NYT는 후 주석이 "공산당 시대의 가장 허약한 지도자","현대 중국사에서 가장 많은 제약을 받는 지도자","서류상의 권력을 가진 지도자"라고 깎아내렸다. 그가 정치적 라이벌과 군부,장관,대형 국영기업들의 영향력에 휘둘린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반체제 인사 탄압과 이웃 국가들과의 영유권 분쟁에서는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고 NYT는 조롱했다.

WSJ 역시 중국의 급성장한 경제력과 걸맞지 않게 "후 주석은 세계 주요국 지도자 중 (자국에서) 가장 힘이 없다"고 보도했다. 집단지도체제인 탓에 그는 공산당 내 지도부 중 한 사람일 뿐이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미 상원의 척 슈머 민주당 의원 등은 중국의 위안화 저평가 환율정책을 겨냥,환율보복법안을 재추진하겠다며 언론의 압박에 가세했다. 관련 법안은 지난해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폐기됐으나 후 주석의 방미를 의식해 재상정하겠다는 것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