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차 멈춰서자 자동으로 스톱…성능도 렉서스와 '맞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에 품질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진 만큼 이 시대를 대표하는 국민의 차,명품차가 될 것이다. "

양승석 현대자동차 사장은 신형 그랜저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부산 센텀시티에 신형 그랜저를 전시했는데 하루에 2000여명의 고객들이 와서 차를 살펴볼 만큼 관심이 컸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 시승회를 18일 부산 및 거제도 일원에서 자동차 담당기자들을 대상으로 가졌다. 13일부터 판매된 신형 그랜저의 계약대수는 이날까지 2만7500대에 달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 말까지 계약대수만 구형 모델의 지난해 전체 판매대수(3만2893대)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는 게 현대차의 기대다.

현대차 관계자는 "렉서스 등 프리미엄급 수입차 운전자들도 신형 그랜저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신형 그랜저의 판매 호조가 지난해 9만대에서 올해 12만대까지 늘어날 전망인 수입차 시장 성장세를 견제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국내에서만 신형 그랜저를 8만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다. 내년부터 미 시장 판매에도 나설 계획이다.

시승은 부산 김해공항에서 거가대교를 거쳐 거제도 옥포대첩기념공원에 이르는 110㎞ 구간에서 진행됐다. 시승한 차는 3.0 풀옵션 모델로 전체적으로 전면과 측면에선 세련된 느낌이,뒷면에선 중후한 느낌이 났다. 김성환 현대차 상무는 "40대와 50대 초반의 남성을 타깃 고객층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실내에 오르니 구형 그랜저보다 훨씬 넓어 보였고,제네시스 같은 느낌을 받았다. 축거(앞뒤 바퀴 간 거리)가 2845㎜로 65㎜ 늘어난 덕분이다. 또 인테리어 전반에 스웨이드 소재를 적용하는 등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구형에는 없는 버튼 시동 스마트키를 누르니 부드럽게 시동이 걸렸다. 첨단 기술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 각종 안전 · 편의장치를 20여개나 새로 탑재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첨단 주행편의 시스템인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은 최고의 신무기였다.

김해공항을 출발해 차량이 많이 오가는 산업도로에 들어서자 ASCC 기능은 위력을 발휘했다. 스티어링 휠에 장착된 ASCC 버튼을 조작하니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는데도 앞차와 20여m의 거리를 유지하며 차 스스로 주행했다. 앞차가 정지했다가 3초 안에 다시 출발하면 신형 그랜저도 알아서 섰다가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도 재출발을 했다.

거가대교 초입에서 앞차량이 사라져 다시 ASCC 버튼을 작동하고 엑셀에서 발을 떼봤다. 설정해 놓은대로 시속 100㎞까지 스스로 치고 올라가 속도를 유지하며 달렸다. 혼잡한 도심길에서도,뻥 뚫린 고속도로에서도 매우 유용한 기능이란 생각이 들었다.

주행성능을 확인해 봤다. 시속 150㎞까지 속도가 올라가는 데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6단 자동변속기를 기본 적용하고 연비 11.6㎞/ℓ의 람다II 3.0 GDI 엔진을 장착한 덕분이다. 동급 세계 최고 수준의 동력 성능과 연비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국내 준대형차 중 처음으로 운전석 무릎 에어백 등 9개 에어백을 기본 장착했다. 차체 자세제어장치(VDC),급제동 경보 시스템(ESS) 등 안전 시스템도 탑재했다. 조성균 현대차 국내상품팀 차장은 "신형 그랜저는 동급 차량에서 넣을 수 있는 사양은 거의 모두 적용했다"며 "차마다 다른 사양으로 어떤 차를 살지 고민하는 운전자들에게 제격"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