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열흘 만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100만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일본 엘피다가 D램 가격 인상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반도체주에 호재로 작용한 가운데 경쟁 업체인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삼성전자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주가를 밀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18일 2만원(2.11%) 오른 96만9000원으로 마감되며 지난 4일 기록한 최고가(95만8000원)를 넘어섰다. 이날 주가는 외국계 창구로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며 한때 98만1000원까지 치솟아 100만원 돌파에 대한 기대를 한껏 키웠다.

엘피다가 PC 업체들에 D램 가격을 10% 인상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가 전해지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김장열 미래에셋증권 이사는 "PC 업체들이 가격 인상 요구를 수용할 것인지는 크게 중요치 않다"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경쟁 업체들의 감산이 예상되고,수용되면 D램가격 하락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경쟁 업체들이 한계에 도달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가엔 호재라는 분석이다. 이날 하이닉스도 2만7650원으로 2.79%(750원) 상승했다.

스티브 잡스의 병가 신청으로 애플의 CEO 리스크가 재부각된 점도 삼성전자에는 호재로 꼽혔다. 잡스가 건강 이상으로 경영 일선에서 벗어나 있던 2004년 7월과 2009년 1월에도 삼성전자 주가가 강세를 보인 바 있다. 김영준 LI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다른 IT업체들과 달리 애플은 제품 개발 단계부터 CEO의 영향력이 커 부재에 따른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며 "특히 잡스의 병가가 반복되고 있고 복귀 시점이 불명확하다는 점이 불확실성을 한층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의 제품 개발 일정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 가운데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투자 대안으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