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는 충전을 통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전지를 가리킨다. 전기자동차의 등장과 함께 2차전지 시장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AT커니는 지난해 3만6000대에 그친 전 세계 전기차 보급 대수가 유가 상승,각국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2020년 531만대까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까진 휴대폰과 노트북PC 위주인 2차전지 시장의 무게중심이 전기차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기업들은 2차전지 산업에 2000년대 들어 뒤늦게 본격 진출했지만 성장속도가 빠르다.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만큼 새롭게 뛰어드는 기업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재기업들,성장 지속 전망

2차전지 산업은 소재 및 완제품 생산으로 나뉜다. 완제품 제작은 LG화학삼성SDI 등 대기업들이 담당하며 중소기업들은 양극활물질,전해액 등 소재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소재가 2차전지 원가의 75%를 차지하는 가운데 관련 기업들은 설비 증설을 통한 생산량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2차전지 소재 중 그나마 국내 기업들이 많이 진출한 양극활물질도 국산화율이 30% 미만이어서 관련 기업들의 성장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중장기적인 전망은 협력 관계에 있는 완제품 제조업체의 성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지난해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뒤처지면서 협력사들까지 실적 부진을 보인 것과 비슷한 원리다. 양극활물질 생산에서 엘앤에프는 삼성SDI에,에코프로는 LG화학에 소재를 납품하고 있다. 배터리 보호회로에서는 파워로직스가 삼성SDI와,넥스콘테크놀러지는 LG화학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대기업 수직계열화는 리스크

대기업들이 2차전지 투자를 늘리며 소재산업까지 수직계열화할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이다. 실제로 2005년 LG화학이 테크노세미켐에서 조달하던 전해액을 직접 생산하면서 관련 매출이 끊긴 사례가 있다. 박기용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효율과 충전속도 등 2차전지의 질은 소재에 좌우되는 만큼 완성품 업체로선 수직계열화에 대한 욕구가 있을 수 있다"며 "지난해 신수종사업으로 2차전지를 선정한 삼성그룹 계열사의 소재산업 진출 소문이 업계에 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석준 에코프로 상무는 "2차전지 소재산업은 대부분 폐기물 관리 등 간접비가 많이 들어 대기업이 직접 경영했을 때 수지를 맞추기 힘든 구조"라며 "관련 설비나 생산경험을 갖고 있지 않은 회사가 뛰어들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신규 진출 기업도 관심

시장진출 기회가 남아 있는 산업인 만큼 신규 진입을 추진하는 기업들도 눈여겨 봐야 한다. 대부분 주업종에서 독점적 입지를 확보한 화학소재 기업들이다.

제철 용광로에 들어가는 내화물을 생산하는 포스코켐텍은 국내 생산이 거의 없는 음극활물질을 2013년부터 생산할 예정이다. 음극활물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LG화학과 삼성SDI의 수요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CD(액정표시장치) 시너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이엔에프테크놀로지도 양극활물질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LCD용 검사장비 생산을 주업으로 하는 코디에스는 2차전지 충전기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조급한 기대는 금물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금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실제 매출은 2~3년 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망이 밝더라도 투자 시점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