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23년 넘게 지속된 독재정권이 축출된 튀니지에서 대선과 총선 때까지 국정을 책임질 여·야 통합 과도정부의 새 내각 명단이 발표됐다.

BBC방송에 따르면 모하메드 간누치 총리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총 23명으로 구성된 과도정부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간누치 총리는 “튀니지 국민의 가슴에 안정과 평화를 다시 새겨넣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과도정부 내각에는 14일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한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과 대립관계에 있던 야당 인사들도 포함됐다.새로 입각한 야당 인사로는 진보민주당 설립자인 나치브 체비가 지역개발장관에 거명된 것을 비롯해 에타지드당 당수인 아흐메드 이브라힘이 고등교육장관 후보에 올랐다.자유와 노동 연합의 당수 무스타파 벤 자파르도 보건장관에 내정됐다.

반면 벤 알리 정권 하에서 정당 활동이 금지됐던 공산당과 이슬람 원리주의를 표방하는 엔나흐다당은 이번 내각에서도 배제됐다.

하지만 상당수 요직이 여전히 벤 알리 전 대통령이 속해 있던 집권여당 인사들이 계속 차지하면서 적잖은 논란이 일 전망이다.벤 알리 전 대통령 정권에서 일했던 간누치 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한 것을 비롯해 국방 내무 재무 외무 등 주요 부처의 장관들도 유임됐다.튀니지 신정부는 6개월 안에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이번 내각 발표에 대해 프랑스 망명중인 야권 유력인사 몬세프 마르주키는 “겉으로는 통합을 표방했지만 과도 정부 역시 결국 독재 정당의 인사들로 구성됐다”며 새 정부를 ‘가장 무도회’에 비유했다.

한편 튀니지 내무부는 최근 한 달간 지속된 반정부 시위로 인해 78명이 숨지고 94명이 다쳤다고 공식 발표했다.시위에 따른 재산피해 규모는 30억디나르(약 2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