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차 3.0 풀옵션 4271만원
일본차 대비 가격 경쟁력 '글쎄'

[시승기] '수입차 저격수' 5G 그랜저 몰아보니···
"신형 그랜저는 기아 K7이나 GM대우 알페온뿐만 아니라 일부 수입차 모델도 경쟁 상대다"

18일 오후 부산·거제 일대에서 열린 신형 그랜저 시승회. 현대차 관계자는 이 같은 말로 신형 그랜저에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국산 동급 차종을 사냥하러 나선 김에 이왕이면 고급 수입차마저도 겨냥한다는 포부다.

5세대(5G) 그랜저는 6년 만에 엔진과 디자인이 바뀐 완전변경 모델로 나왔다. 5G 그랜저에 공들인 현대차의 야심은 국산 승용차 최초로 적용한 일부 첨단사양이 잘 말해준다.

대표적인 예로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장치를 꼽을 수 있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지 않은 상태에서도 스스로 주행을 돕는 이 기능은 국산 중 처음으로 5G 그랜저에 장착됐다.

독일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고급 세단에서만 보던 ASCC 장치는 5G 그랜저의 존재감을 한 차원 높여준다. 운전자가 계기판 클러스터에 원하는 속도를 설정하면 운전 시 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가 알아서 일정 속도로 달린다. 만일 앞선 차량이 정지하면 자동으로 차간 거리를 조절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스스로 멈춘다.

이외에 시동을 끌 경우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잡아주고 출발 시 자동으로 해제되는 전자 파킹브레이크(EPB), 운전자의 평행주차를 도와주는 주차 조향 보조시스템 등도 갖췄다. 그랜저TG와 비교하면 운전자를 위한 편의 사양이 늘었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5G 그랜저의 마케팅 타깃으로 일부 수입차 고객까지 공략한다는 계산이다.
[시승기] '수입차 저격수' 5G 그랜저 몰아보니···
올해 현대차 최대 야심작 타보니···
부산-거제 왕복 약 114km 코스
ASCC 체험···편의기능 주행 시 요긴


5G 그랜저를 부산과 거제 일대에서 직접 몰아봤다. 시승차는 ASCC 장치가 탑재된 그랜저HG 300 풀옵션 모델. 시승 구간은 부산 김해공항을 출발해 가락IC-거가대교-덕포IC를 지나 목적지인 거제 옥포대첩기념공원을 찍고 다시 김해공항으로 복귀하는 코스였다.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 부근은 속도제한 카메라가 구석구석 배치돼 있어 가속을 내기가 까다로웠다. 감시 카메라를 피해 170km까지 가속력을 내봤다.

5G 그랜저는 V6 직분사(GDi) 엔진을 달았다. 마력과 토크 최대 수치가 각각 270마력, 31.6kg·m인데 실제 고속 주행에서는 만족감이 떨어졌다. 저속에서 고속으로 치고 달릴 때 응답 성능은 배기량 3000cc급 일부 수입차보다 한 박자 늦다. 하지만 고속 주행 시 정숙성은 좋아졌다.

운행 중 가장 궁금증을 자아낸 ASCC 장치를 거가대교 인근에서 시연했다. 시속 100km 가속에 이 기능을 맞췄다. 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량은 알아서 스스로 이 속도 대로 주행했다. 오르막 길에서도 전혀 발을 쓸 필요가 없었다.

ASCC는 특히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고속도로 정체 구간에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편의장치였다. 다만 경사로 구간이나 내리막길 등 좁은 도로에서는 운전자의 주의가 요구됐다.
[시승기] '수입차 저격수' 5G 그랜저 몰아보니···
실내 공간은 기아 K7 세단보다 넉넉한 느낌을 덜 받는다. 뒷좌석 공간의 경우 몸집이 큰 성인 남성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다.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쿠페형 스타일로 개발된 탓이다.

실내 인테리어 중 가장 눈을 자극하는 요소는 루프 센터 트림을 없앤 선루프다. 차량 덮개를 완전히 열 수 있는 와이드 파노라마 선루프는 알페온이나 여타 수입차와 차별화시킨 5G 그랜저만의 장점으로 꼽을만하다.

그랜저TG 대비 상품성은 분명 업그레이드됐다. 그러나 혼다 어코드나 도요타 캠리 대비 가격 경쟁력 대목에선 의문이 든다. 5G 그랜저는 캠리나 어코드와 가격대(3000만~4000만원대)가 겹친다. 특히 그랜저 3.0은 트림(등급)별로 3424만~3901만원이다. ASCC 장치는 그랜저 3.0 로얄(최고 등급)의 경우 옵션 조건이다.

때문에 3.0 로얄 구매 고객이 160만원짜리 ASCC를 추가하면 4061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후방주차안내시스템과 전방 카메라가 포함된 8인치 와이드 내비게이션도 210만원 옵션이다. 이럴 경우 차값은 최대 4271만원으로 올라 어코드 3.5(4190만원)보다 80만원 비싸진다.
[시승기] '수입차 저격수' 5G 그랜저 몰아보니···
부산·거제=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