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정착해 거주하는 외국인이 120만명을 넘었습니다. 경제 분야에서의 활약도 그만큼 커질 겁니다. "

앨런 팀블릭 서울글로벌센터장(67 · 사진)은 19일 "서울에 사는 외국인이 지난 5년 새 20%나 늘어 이제 하나의 탄탄한 소비자층으로 자리 잡았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이들을 타깃으로 한 비즈니스 기회가 늘어나면서 외국인들의 직접 창업도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23일로 출범 3주년을 맞는 서울글로벌센터는 외국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원스톱'으로 처리해주는 지원기관이다. 서울시를 주축으로 출입국관리사무소,경찰청,외환은행,관광협회 등이 입주해 여권 갱신부터 운전면허증 발급,은행 계좌 개설,신용카드 발급을 도와주는 것은 물론 사업컨설팅까지 무료로 해준다. 상담원 20여명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3층 사무실에서 7개국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팀블릭 센터장은 영국 글로스터 출신으로 출범 당시부터 3년째 센터를 이끌고 있다. 타지 생활에서 겪는 힘든 일들을 친절히 해결해주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 3년간 이용객이 34만명을 넘었다. 국내에서 창업을 원하는 외국인에게 시장 조사와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외국인 창업대학'도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21명의 '외국인 사장님'을 배출했다. 그는 "외국인 거주자 가운데 국내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정보나 도움이 부족해 막막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센터 운영 책임을 맡은 뒤 외국인들이 느끼는 불편을 찾아내 바로잡아왔다. "3년 전만 해도 웹사이트에서 외국인등록번호가 먹히지 않아 영화티켓 예매도 못 했어요. 프로그래밍만 고치면 되는 간단한 문제였죠.그만큼 국내 거주 외국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는 얘기죠."

그렇지만 여전히 미비점은 남아 있다. 그는 "행정업무를 볼 때 영주비자가 있든 관광객이든 외국인이면 같은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으며 인터넷상에서 외국인신분증이 잘 인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5년 전 F-5 비자를 취득한 '영주권자'.바클레이즈은행에서 근무한 뒤 마스타카드 한국본부 최고경영자,KOTRA 인베스트 코리아 단장을 역임했다. 그는 "금융계에서 일하면서 파견근무 등으로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고 가장 친한 지인들도 모두 한국인"이라고 했다. 밤 9시만 되면 거리가 텅텅 비는 런던과 달리 서울은 낮이든 밤이든 활기찬 '깨어 있는 도시'라는 점에도 끌렸단다.

그는 미국 캔자스대에서 유학 당시 지금의 한국인 아내를 만나 1967년 결혼하면서 한국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었다. 이후 몇 차례 한국과 외국을 오가다가 1989년부터 아예 한국에 정착해 살았다. 세 자녀는 각각 영국 태국 홍콩에서 변호사와 금융맨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을 국제도시로 만들려면 서울 시민들이 외국인과 그들의 문화를 보다 개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경제규모 세계 13위 국가의 위상에 걸맞은 인지도를 확보해야 외자 유치도 활성화되지 않을까요. "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