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조업을 상징하는 모노즈쿠리의 요람인 마치코바(町工場 · 동네에 있는 작은 공장)가 점점 줄고 있다. 공장 경영 후계자를 찾기 어려운 데다 경기불황까지 겹쳐 문을 닫는 마치코바들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도쿄의 마치코바들이 모여 있는 대표적 지역인 오타구(大田區)의 공장 수는 작년 말 4000개 안팎으로 2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9일 보도했다. 또 오사카의 마치코바 집적지인 히가시오사카(東大阪)의 공장 수도 5600여개 정도로 같은 기간 40% 감소했다.

도쿄 오타구에는 금속가공이나 기계부품 관련 중소기업들이 많이 모여 있다. 일부 공장은 규모는 작지만 금속가공 부품을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납품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오타구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 지역 공장 수는 2008년 말 4362개였으나 지난 2년간 8% 정도 줄었다.

아오키 산케이제작소 니신 다이니치전기 등 11개 마치코바가 협력해 최근 인공위성을 만드는 데 성공해 주목받은 히가시오사카 지역의 공장 수도 2008년 말에 비해 5~7% 감소했다. 공장 경영자들이 은퇴할 나이를 훌쩍 뛰어넘을 만큼 고령화됐지만 공장을 맡아줄 젊은 후계자를 찾지 못해 공장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경기회복으로 2000년대 중반에는 공장 감소세가 주춤하기도 했지만 2008년 말 글로벌 경제 · 금융위기 이후 폐업하는 공장들이 급속히 늘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앞으로도 마치코바들의 전망은 밝지 않다고 분석했다. 마치코바가 점차 줄어들면서 일본의 제조업 경쟁력을 웅변하는 '모노즈쿠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 모노즈쿠리

일본어로 '모노(物)'는 물건,'스쿠리(作り)'는 만들기를 뜻한다. 그러나 모노즈쿠리는 단순히 '물건을 만든다'는 의미가 아니다. '장인정신으로 혼신을 다해 최고 품질의 물건을 만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일본의 독특한 제조 문화와 장인들의 자존심이 내포된 용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