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엔 '삼성전자 목표주가 100만원이 등장하면 증시가 곧 꺾인다'는 징크스가 있다. 삼성전자가 100만원을 넘어서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그런 목표주가가 등장하는 것 자체가 증시 과열을 의미한다는 공식이 성립했던 것이다. 실제로 작년 초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00만원으로 제시하는 증권사 보고서들이 나온 뒤 얼마 안 가 코스피지수는 조정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19일 장중 100만원을 찍으며 2.89%(2만8000원)오른 99만7000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100만원 돌파도 초읽기다. 주가 상승의 직접적인 촉매제는 미국 애플이 제공했다.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의 건강 악화와 애플의 작년 4분기 실적 호전이 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 급등의 근본 배경은 정보기술(IT)분야 글로벌 최고 하드웨어 업체로서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의 호 · 악재 모두 삼성전자엔 호재

삼성전자는 18,19일 이틀간 주가가 5.05% 뛰었다. 시가총액이 140조원대에 달하는 기업치고는 이례적인 급등세다. 18일엔 잡스가 건강상의 이유로 병가를 냈다는 소식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잡스의 부재로 애플이 흔들리면 치열하게 경합하는 삼성전자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다.

이날은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애플이 발표한 4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를 웃돌았다는 것이 삼성전자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애플 입장에서 '악재'와 '호재'가 삼성전자 주가에는 모두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애플과 삼성전자의 양면적인 관계 때문에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아이폰 출시 이후 애플은 분명 삼성전자에 위협적인 존재가 됐지만 다른 한편으로 최고의 전략적 파트너이자 주가 재평가의 촉매가 되고 있다"며 "애플이 디자인 능력과 혁신적인 사용자환경(UI)으로 글로벌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디스플레이패널 등 부품 공급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애플이 새롭게 개척한 시장에서 발빠른 대응으로 그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점 역시 삼성전자 주가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예상 실적에서 애플의 기여 비중은 매출이 8.1%,영업이익은 16.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IT 중심인 스마트기기에서도 선전

전문가들은 글로벌 IT업황이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음에도 삼성전자가 100만원 선에 도달했다는 점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임홍빈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이 삼성전자를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강세 배경으로는 크게 두 가지를 꼽고 있다. 우선 D램 반도체 부문에서 시장 지배력이 더 강화되고 있는 점이다. 김성인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40% 수준인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앞으로 5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특정 산업에서 선두 업체의 점유율이 50%를 돌파하면 인텔처럼 후발 업체와의 경쟁은 사라지고 안정적이고 높은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IT제품의 수요 기반이 PC 휴대폰에서 태블릿PC 스마트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요인이다. 이민희 동부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모바일D램 등 부품에서 갤럭시S 갤럭시탭 등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모바일 시대에 최적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며 "스마트기기 시대에 가장 잘 준비된 회사가 바로 삼성전자"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으로 전 분기보다 38.27%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난 7일 실적가이던스를 통해 밝혔다. 그러나 올 1분기부터 실적이 회복세로 돌아서 연간으로는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작년(약 17조7000억원)과 대등한 수준(약 17조5000억원)을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이선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100만원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반도체 경기가 본격적인 호황 사이클로 돌아서면 추가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는 주로 115만~120만원에 형성돼 있다. 특히 한맥투자증권은 이날 목표주가를 현 주가보다 40%가량 높은 140만원으로 높여 제시했다.

김동윤/김다운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