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분 쪼개기'가 성행했던 지역을 개발 대상에서 잇달아 제외하고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 등을 신축하는 형태로 최근 지분 쪼개기가 심했던 양평동 4가 일대를 당산유도정비구역 지구단위계획 수립 대상에서 탈락시킨 데 이어 근린생활시설 신축을 통한 쪼개기가 많았던 용산 한강로 1 · 2가 일대도 특별계획구역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개발계획에서 배제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용산 1종지구단위계획'을 10년 만에 바꾸면서 22개의 특별계획구역을 새로 지정했다. 이들 지역은 도시주거환경정비사업이나 재개발을 통해 주상복합이나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근린생활시설 신축을 통한 지분 쪼개기가 심했던 한강로2가 140 일대 KT 용산지사 주변지역을 특별계획구역 지정에서 배제했다. 이곳에선 단독주택을 사들여 슈퍼마켓 학원 등 근린생활시설로 건축허가를 받아 건물을 짓고 사실상 주거용으로 쓰는 이른바 '근생 쪼개기'가 활발했다. 관련 업자들은 "근린생활시설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며 대지지분 기준으로 10~17㎡(약 3~5평) 정도 크기로 나눠 3.3㎡당 1억원 선에 팔았다.

인근 중개업소들은 2007년을 전후해 쪼개진 지분 숫자가 700개를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축건물이 많아 호수밀도 등 정비사업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향후 5년간 주민 제안에 의한 신규 특별계획구역 지정을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땅주인들은 특별계획구역 추진위원회를 결성, 항의집회 주민청원 등으로 반발하고 있다. 작년 말 용산구청장을 면담한 데 이어 지난 17일 용산구청 앞에서 구역지정 촉구 1차 집회를 가졌다. 추진위 관계자는 "여건이 비슷한 다른 곳은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됐다"며 "형평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그대로 두면 쪼개기가 이어져 장기간 개발이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기대 이하 용적률 적용

근생 쪼개기가 부분적으로 이뤄진 한강로2가 144의 2 일대 용산우체국 뒤편과 한강로 1가 158 일대 삼각지역(지하철 6호선) 남쪽 지역은 특별계획구역, 또는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용적률이 당초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지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용산우체국 주변(6497㎡)은 최고 용적률 250% 이하, 최고 층수 12층 이하의 아파트 건립이 가능한 특별계획구역(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됐다.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을 바꿔 주상복합을 올리지 않으면 수익성이 낮다고 인근 중개업소들은 지적했다. A공인 관계자는 "쪼개기 업자들이 '주상복합 건립이 가능하다'면서 지분을 팔았다"며 "3.3㎡당 1억원에 사들인 투자자들이 거래가 끊기고 값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삼각지역 남측 한강로 특별계획구역은 준주거지역으로 용도가 변경됐지만 용적률(400% 이하)과 소형평형 의무비율(85㎡ 이하 60%)이 변수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350~400여명인 지주 숫자보다 신축 가구가 적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서울시는 작년 말 당산동 · 양평동 일대 당산유도정비구역 중 지분 쪼개기가 심했던 양평동 4가 일대를 재개발 대상에서 제외했다. 영등포구청은 지난 14일 나머지 23만여㎡를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공람에 들어갔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 지분 쪼개기

재개발 등 도시정비 사업을 통해 새로 짓는 아파트의 입주권을 여러 개 확보하기 위해 낡은 단독주택을 헐고 다세대 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