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에서 상습 도박을 해온 공직자 370명이 감사원에 덜미가 잡혔다. 70여명은 현금 3000만원 이상을 들고 카지노를 수시로 드나들었고 누적 베팅액이 100억원에 달하는 공사 임원도 있었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19일 올해 감사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상습도박 공직자 70명에 대해서는 자금출처 등에 대한 조사를 이달 중 마무리하고 2월부터 나머지 300여명 가운데 150명에 대해 정밀 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말 공직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 강원랜드에 자주 드나든 공직자 명단을 확보했다. 2007년 1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평일 기준으로 60회 이상 출입한 공직자 370여명을 적발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임직원들이 보통 1년에 15일 정도 휴가를 간다는 점을 고려, 4년간 60회 이상 카지노를 출입한 공무원을 근태규정 위반으로 보고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370명 가운데 77명은 공직자 월급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베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금 3000만원을 소지해야 입장할 수 있는 VIP 룸을 찾았으며, 카지노에서 제공하는 콤프(comp) 적립금이 1300만원(누적 베팅 금액 13억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콤프는 베팅 금액의 약 1%를 마일리지 형태로 제공하는 적립금으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D공사 간부는 콤프 적립금이 1억원에 달해 누적 베팅 금액이 100억원을 넘었던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77명 가운데 5급 이상 공무원은 10여명,공공기관의 2급 이상 간부도 1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의 1급 공무원은 150차례 이상 카지노를 출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공기업 직원은 3년간 무려 300여차례 강원랜드를 찾아 도박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상습도박 공직자들의 상당수가 도박 자금을 뇌물이나 청탁관련 금품수수를 통해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자금 출처를 조사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