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19일 회담은 양국 기업 간 투자협력 계약 소식이 속속 전해지는 가운데 진행됐다. 산업분야의 협력 강화는 무시할 수 없는 성과지만,두 정상 간 입장 차이는 팽팽했다. 중국의 시장 개방과 위안화 절상,인권 문제 등에서 양국은 날선 신경전을 벌인 채 구체적인 합의를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기술 제공,중국은 상품 쇼핑

미국 알코아는 중국 차이나파워와 알루미늄 및 에너지 분야에서 광범위한 협력을 하기로 결정했다. 총 투자 규모가 75억달러에 달한다고 알코아 측은 밝혔다. 클라우스 클라인필드 알코아 최고경영자(CEO)는 "두 정상이 만나지 않았더라면 계약이 진척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메리칸일렉트릭파워와 중국의 최대 전력 생산업체인 화넝전기는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앞으로 팀을 이룬다. 화넝이 관련 기술을 판매하는 사업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션화그룹 등과 첨단 기술 및 제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400여명의 기업인으로 구성된 중국 측 투자 · 구매단은 미국의 12개 주와 도시를 돌며 대규모 계약을잇따라 체결하고 있다. 중국의 창안자동차는 미국 디트로이트에 연구 · 개발센터를 세우기로 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중국 기업이 미국에 자동차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처음이다.

두 정상은 또 핵시설 안전센터를 중국에 세우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이 센터가 핵시설과 핵연료의 안전을 위한 교육 기능을 맡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구매단이 보잉사의 항공기까지 구매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후 주석은 2006년 4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기 직전 80대의 보잉기를 사주는 성의를 보였다.

◆평행선 달린 시장 개방,위안화 쟁점

오바마 대통령은 위안화를 절상하라고 후 주석을 강하게 압박했다. 위안화 절상 속도를 높여야 중국 내 물가 관리도 쉽다고 몰아붙였다. 중국 정부의 인위적인 위안화 저평가 정책으로 싼 값에 밀려들어오는 중국산 제품 때문에 미국 내 중소기업들이 파산하고 일자리까지 뺏긴다고 보기 때문이다.

후 주석은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그는 "물가는 다른 정책 수단을 통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자신하며 오바마의 강공에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문제를 꺼내 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지 않으면 미국 국채를 보유한 중국에 손실을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두 정상은 양국의 투자와 교역을 가로막는 보호주의를 없애는 데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은 중국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첨단기술 제품의 대중 수출 규제를 단계적으로 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하기 위한 검토작업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그 대신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 공정경쟁을 할 수 있도록 중국이 정부조달 규정을 개정하고 지식재산권 보호에 더욱 노력해줄 것을 주문했다.

후 주석은 미국도 보호주의가 있다며 투자환경이 더욱 투명하고 개방적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중국 상무부도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 안산강철이 미국 기업 인수에 실패한 사례를 들며 미국의 보호주의를 비판했다.

◆북한과 인권 문제도 해법 불발

북한의 도발과 핵 개발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적극 나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거듭 주문했다. 후 주석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란다면서도 6자회담 재개가 급선무라는 선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오바마는 북한이 지난해 공개한 우라늄 농축 시설 등의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자고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는 중국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 등 반체제 인사의 석방을 거론하면서 압박했으나 후 주석은 내정 간섭이라며 비켜간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