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삼성그룹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농심 오뚜기 등 대형 광고주, 제일기획 이노션 등 4대 메이저 광고기획사 대표들과 만났다.

그가 3년 임기 동안 광고주들과 자리를 함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국내 굴지의 광고주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은 것은 올 하반기 출범을 앞두고 있는 종합편성채널을 지원하기 위해 광고주들을 압박하려는 '이상한 행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광고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광고산업 활성화는 미디어산업-기업-내수산업 활성화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세계를 향한 국가경쟁력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이 정부가 종편 지원사격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듯 "특정 분야(종편)를 위해 논의하는 자리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 참석자는 "최 위원장이 종편 지원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작년 말 방통위가 선정한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을 적극 지원해 달라는 취지가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광고가 내수시장을 활성화시키고 국가경쟁력을 키울 것이라는 최 위원장의 발언은 기업들에 방송광고를 늘리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우려 탓에 당초 초청 대상이었던 일부 기업들은 불참했다.

간담회에서는 정부의 광고산업 정책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특정 매체를 지원하기보다는 광고시장 파이를 키우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남상조 한국광고단체연합회장은 "국내 광고시장 규모는 1996년 국내총생산(GDP)의 1.2%였지만 지금은 0.8% 수준에 불과하다"며 "다매체 시대에는 한정된 파이를 누가 많이 가져가느냐가 중요하지 않고 전체 시장 파이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길종섭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광고가 늘어나면 시청자들의 거부감이 커지게 마련인데 시청자와 소비자들의 주권을 감안해 광고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