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00만원 시대] 삼성전자, 글로벌 위기·잡스와의 경쟁으로 더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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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일훈의 BIZ VIEW
李회장 작년 복귀 후 공격 투자
투자자 신뢰회복…기업가치 부각
아이폰 앞세운 애플과 본격 경쟁
李회장 작년 복귀 후 공격 투자
투자자 신뢰회복…기업가치 부각
아이폰 앞세운 애플과 본격 경쟁
삼성전자 목표 주가로 처음 100만원이 제시된 때는 2004년 봄이었다. 그해 1분기 반도체-LCD-휴대폰-디지털미디어 등 4대 주력사업 호조를 기반으로 4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낸 데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그해 45만1000원으로 시작했던 주가는 최고 63만8000원까지 오른 뒤 연말에는 연초와 비슷한 수준인 45만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은 실망했고 회사 측도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위기 극복=주가 상승의 역사
그 후로 지루한 횡보세를 보이던 주가가 지난해 95만3000원까지 치솟고 마침내 100만원을 '터치'한 것은 '주가 100만원 시대'에 대한 역사적 · 심리적 저항선을 돌파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동시에 숱한 위기를 반전의 기회로 바꾸는 데 성공한 삼성 경영의 힘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2009년 경영실적은 2004년에 미치지 못했지만 최고가는 82만9000원이었다. 2008년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데 따른 보상이었다. 지난해 주가가 100만원에 근접한 것 역시 세계 최강의 IT기업인 애플의 질주를 거듭 막아서고 있는 삼성 제품과 경영능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경영 쇄신과 주가 움직임의 역동적인 관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사례는 그 전에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2000년 이건희 회장이 글로벌 경영을 위한 혁신에 돌입하자 주가는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뛰었다. 2001년 혹독한 반도체 불황기에 주춤하던 주가는 반도체 부문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LCD(액정표시장치) 사업에 대한 주도권 확립으로 2004년 다시 상승탄력을 얻을 수 있었다.
◆"100만원 시대 영원하지 않을 수도"
2000년대 들어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를 앞세운 애플의 등장은 위기와 기회로 작용했다. 애플은 삼성 반도체 부문의 손꼽히는 고객이지만 동시에 디지털 기기시장의 무서운 경쟁자이기도 했다. 특히 '열린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앞세운 애플의 전략은 하드웨어 성능과 디자인 중심의 삼성 세트 전략에 엄청난 경각심을 안겨다줬다.
지난해 3월 이 회장의 경영복귀와 함께 삼성 특유의 순발력과 응집력이 살아나면서 대등한 전선을 형성하고는 있지만 애플과의 '전쟁'은 이제 막을 올리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번 주가 상승이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의 갑작스런 병가 소식에 힘입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양사의 치열한 경쟁구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 회장이나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주가 100만원 도달은 남다른 의미를 갖게 하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주가는 상장사 CEO로서 자신의 경영성과를 나타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다. 더욱이 경영복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이 회장으로선 국내외 투자자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회장에게 주가는 그저 경영의 그림자를 반영하는 '숫자'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 회장은 "지금 팔려나가는 주력제품들이 어느 순간 모두 사라질 수 있다"며 정상에 서서도 추락의 가능성에 대한 생래적인 공포심을 갖고 있는 경영자다. 더욱이 초기 스마트폰 시장을 애플에 일방적으로 내줬던 아픈 경험까지 갖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주가 100만원 시대가 삼성전자의 영속성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며 "임직원들이 축하할 일이긴 하지만 우리가 잘못하면 주가는 또 떨어질 것"이라고 경계감을 표시했다.
조일훈 산업부 재계팀장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