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보잉사 항공기 200대를 구매키로 하는 등 450억달러를 웃도는 ‘통큰 쇼핑’을 하며 미국에 우호적인 신호를 보냈다.후 주석은 또 중국의 인권개선 필요성을 인정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을 위한 양국간 공조도 강화키로 했다.

명실상부한 ‘G2’로 부상한 중국이 일단 주요 이슈에서 미국과 대결보다 협력을 강화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들은 20일 미·중 양국 정상이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대규모 ‘수입 보따리’로 미국 환심사기

그동안 미국으로부터 ‘무역 불균형 해소’와 ‘위안화 절상’ 등의 압력을 받아온 중국은 후 주석의 방미에 맞춰 총 450억달러에 달하는 수입 보따리를 미국인들 앞에 내놓았다.

이같은 중국 측 조치에 대해 백악관은 “중국이 보잉사로부터 190억달러에 이르는 항공기 200대를 구매키로 한 것을 비롯,중국 기업들이 미 12개 주로부터 자동차 부품,농산물,기계류 및 화학제품 등 250억달러에 이르는 70건의 구매건를 포함한 계약을 맺기로 했다”고 설명했다.이로써 미국 내에 약 23만5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현재 9%가 넘는 고실업을 일자리 창출과 수출증대를 통해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에겐 최고의 ‘선물’이라는 평이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 걸쳐 국경을 뛰어넘는 양국 간의 협력은 미·중 통상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경제성장과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이날 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은 각자의 성공을 위한 엄청난 지분을 공유하고 있다” 며 “더 큰 성공과 번영을 위해 양국이 더 많이 함께 일해야 한다”며 중국의 투자확대를 주문했다.

이번 합의엔 미국 대표기업 보잉을 비롯해 제너럴일렉트릭(GE),캐터필러,커민스 등 주요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특히 보잉의 대중국 수출건이 가장 눈에 띈다.

보잉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간에 걸쳐 총 190억달러 상당의 보잉737,보잉777 여객기 200대를 수출키로 중국 측과 계약을 맺었다.보잉 측은 이번 조치로 자사와 하청업체를 포함해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E와 중국철도부(MOR)는 중국이 고속열차 기술을 미국으로 이전하다는 내용의 의향서를 체결했다.GE는 또 중국 최대의 철도회사인 CRS(中國南車)와 손잡고 미국 내에 고·중속 전동차량을 제조하는 합작회사를 설립키로 했다.GE 측은 합작회사 설립으로 35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커민스는 중국 정저우 우통버스 측과 중국의 버스시장에 공급할 하이브리드 파워시스템의 공동 개발과 상용화에 합의했고,캐터필러는 채광 및 건설장비 등을 중국에 수출키로 했다.

◆중국인권 문제 진전?

서구 언론들은 후진타오 주석이 중국 인권문제에 대해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고 밝힌 점을 주목하고 있다.중국 국가지도자가 사실상 중국의 인권문제 문제점을 시인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후 주석은 ‘중국의 인권문제’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중국은 인권문제에 관한 대화를 나누길 원하지만 그 대화라는 것은 상호 존중과 내정 불간섭이라는 기반위에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하에 “중국은 (인권문제와 관련)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앞서 회담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후 주석에게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 중국 정부의 대표들이 만나 종교의 유지 및 티베트인들의 문화적 정체성 문제에 관해 대화를 하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전달했다.“인류 보편적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대한 강조도 이어졌다.이날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미·중 인권대화를 계속해 나가기로 하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인권문제는 그동안 미국이 중국의 아킬레스건으로 삼아 꾸준히 공세를 펴온 사안인 데다,지난해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중국과 서방 간 대립이 극대화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어느 정도 이 문제에서 양국간 타협과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 위한 공조

후 주석은 이날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안정 유지를 위해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과 공조·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후 주석이 모두발언에 다른 미·중간 핵심 쟁점사안과 함께 북한문제를 거론한 것은 북핵 등 한반도 문제가 미·중 정상회담의 핵심의제 중 하나였음을 방증하는 것이다.특히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도발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의 태도와 역할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는 가운데 나온 언급이어서 주목된다.

후 주석은 “중국과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발전을 우려하게 하는 주요 이슈들에 대해 협의와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후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과 나는 한반도 상황,이란 핵 문제,기후변화 등을 포함해 주요한 국제적·지역적 이슈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덧붙였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