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4분기 '어닝 모멘텀(상승동력)'이 기대보다 둔화될 것이란 분석이 잇따르면서 한국 증시에 대한 '오버슈팅(과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올 1분기 내내 국내외 경기성장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을 떨쳐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다.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한 외국계투자자들의 경계심도 갈수록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외국인들의 매수 강도가 최근 확연히 둔화됐기 때문인데 이는 한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대응력을 외국인들이 믿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당분간 성장주(에너지 기계 인터넷)와 가치주(반도체)를 나눠 담는 '바벨전략(Barbell Maturity)'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바벨전략은 주식시장의 조정과 상승을 동시에 고려해 보수적이고 위험도가 높은 두 곳에 자산을 배분하는 것이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단기적으로 시장이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며 "한국과 중국 모두 긴축에 대한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다 신흥국들이 인플레이션을 잘 통제할 수 있을 지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번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욱이 "중국의 경우 지난 4분기와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상당히 긍정적인 수치를 보여주면서 정부가 좀 더 자신있게 금리인상 등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고, 춘절 이전에 한 번 더 금리인상이라는 긴축 카드를 뽑아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팀장은 또 "주도주 위주의 순환매 역시 쉬어갈 것으로 보여 단기적으로 시장에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당분간 지수가 오를 때 주식비중을 줄여 현금을 늘려나갈 필요가 있으며, 업황이 좋아지고 있는 정보기술(IT) 등을 빠질 때 사두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권했다.

지수의 조정을 1분기까지 확대해 보는 시각도 있다. 국내 기업들의 '어닝 모멘텀'이 당초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 게다가 외국인들과 기관들의 매수 강도 또는 약화되고 있는데 반해 개인투자자들의 신용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 국내 대표기업들의 4분기 영업실적이 컨센서스를 10% 가량 밑돌아 사실상 '쇼크' 수준을 보여줬다"며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지수가 오버슈팅(과열)을 나타내고 있다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동성이 풀려 있는 상황에선 인플레이션에 '헷지'를 해야 옳은 전략"이라며 "1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는 지수의 조정을 피해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려면 '바벨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장주와 가치주로 나눠 자산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며 "에너지 기계 인터넷 업종 등을 성장주 섹터로,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이 매력적인 반도체 등을 가치주로 놓고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기존의 투자자들은 '보유', 신규 투자자들은 조정 뒤 '매수'할 것을 권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