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거리에서 여성용 구두 노점을운영하는 김민욱씨(29)는 이달 초 개인용 전열기 한 대를 구입했다. 김씨는 “3년째 길거리에서 장사를 해 이제는 추위에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한파는 도저히 적응이 안 된다”며 “지금은 전열기를 항상 옆에 끼고 산다”고 말했다. 시계방에서 일하는 남강식 과장(32)도 최근 10만원대 전열기를 샀다. 그는“예년에는 조금 춥다고 느껴지면 옷을 두껍게겹쳐 입으면 충분했는데 올해는 너무 추
워 도저히 견딜 수 없다”고 전했다.

연일 영하 10도 안팎의 한파가 이어지면서 난방기기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예년 같으면 1월 하순엔 난방기기를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는데 올해는 판매가 늘고 있다. 덕분에 난방기기 제조업체들은 신바람이 났다. 동양매직 관계자는 “올 1월엔 한파 때문에 작년 동월 대비 난방기기 판매량이 50% 이상 늘었다”며 “예년에는 1월 초에 난방기기를 매장에서 철수했는데 지금은 1월 말이 돼 가는데도 물량이 달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신일산업은 열장판, 전기히터 등 난방기 관련 매출이 작년 동기에 비해 30~40%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신일산업 관계자는“새해 들어서도 하이마트 등 대형마트의 입고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며 “10% 정도 물량을 추가 확보했는데도 수요가 몰려 협력업체 공장 직원들이 추가근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밀집해 있는 공단 지역에서도 난방기기 판매가 늘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기업용 난방기를 판매하는 경원세기 관계자는 “온풍기를 사고 싶다는 문의가 자주 들어온다”며 “한파로 인해 공장사무실 등에서 추가 수요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태영전자 관계자도 “문의전화가 하루에 80~100통정도온다”며 “종류를 불문하고 골고루 잘나간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