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스키장에서도 먹는 게 중요하다. 슬로프의 설질이 아무리 좋고, 리프트를 기다리지 않는 황제스키를 즐길 수 있을지라도 배가 고프면 즐거움이 반감되게 마련이다. 요즘은 스키를 타기 위해서가 아니라 식도락을 위해 스키장을 찾는다는 이들도 많다. 스키장 음식이 그만큼 좋다는 뜻이다. 멋진 다운힐처럼 짜릿한 맛의 스키장 한식당 5선을 꼽았다.

◆오크밸리 오크힐스

삼성가의 맏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음식철학을 엿볼 수 있는 구이집이다. 지난달 30일 문을 열었다. 이 고문은 음식의 기본을 강조한다. 최고급 식재료와 우직한 손맛으로 정성과 진실을 담는다는 것이다. 내년에 판매할 3년 숙성 검은콩 된장과 중식당 영상원의 수타면 등이 그런 음식의 대표격이다.

식재료는 미국산 뉴질랜드산 수입육에 더해 지난 주말부터 1++,1+ 등급 횡성한우를 쓰기 시작했다. 구제역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농민을 위한 '착한 소비' 의 일환이기도 하다. 1++ 등급은 하루에 딱 10인분만 판매한다.

채소류는 직접 재배한 유기농 채소를 올린다. 오크밸리CC 체리코스 5번홀 옆에 유기농 채소밭이 있다. 오크밸리 직원이 파종하고 수확한다. 고기는 숯불에 구워먹는다. 요리사들이 전국의 숯을 가져다 테스트를 한 뒤 충남 당진산 참숯을 낙점했다. 전통 황토가마에서 구워내는 당진 참숯은 구이판에 올려진 고기의 선도를 오래 유지시킨다고 한다. 식기는 한국도자기 제품만 쓰는 등 상차림의 미학에도 신경을 썼다. 스키빌리지가 보이는 탁트인 전망과 사대부가의 한옥을 컨셉트로 해 파벽돌로 마감한 실내 분위기 또한 정갈하고 고급스럽다. 오크밸리 단지 내에서는 콜밴 서비스를 한다.

횡성한우 1인분 150g에 등심 1++ 6만원,1+ 4만5000원,생갈비와 양념갈비는 400g에 각각 6만원,4만원. 점심 특선 양념갈비세트(2만원)와 하루 50그릇 한정판매하는 한우갈비탕(1만원)도 인기메뉴다. (033)769-7680

◆서브원곤지암리조트 담하

조성순 조리장(45)이 이끄는 한식당이다. 조 조리장은 한식명인이며 국내에 50명뿐인 조리기능장이다. 리조트 주변에서 직접 채취한 꽃과 솔잎 등을 발효시켜 만든 특제 효소 소스로 음식 맛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104석 규모의 실내 인테리어는 세련됐으면서도 푸근하다. 미국의 리조트 설계회사인 WAT&G가 리조트 산장을 모티브로 해 자연친화적으로 외관을 설계했다. 실내 인테리어는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인 겐슬러가 맡았다.
주 메뉴는 청아정식과 단아정식 코스다. 청아정식은 구절판 한방갈비찜 활어회 메로된장구이 한우떡갈비 수삼마냉채 삼색전 등 20여가지의 건강식으로 구성돼 있다. 7만원.단아정식은 청아정식에서 구절판과 한방갈비찜 활어회를 뺀 코스다. 5만원. 된장 메로구이(4만원),굴 특선 정식(3만원),꽂게 매운탕(2인 5만원) 등 겨울 특선 메뉴도 좋다. (031)8026-5530

◆무주리조트 칠봉

알프스풍 특1급 호텔인 호텔티롤의 2층 티롤레스토랑에 있다. 기와와 볏짚 등으로 단아한 한옥의 멋을 살리고 방패연 조명을 곁들여 한국적 아름다움을 더했다. 장독대와 항아리 등도 티롤레스토랑의 알프스풍 분위기 속에서 한국적 아름다움을 뽐낸다.

직접 담근 간장과 된장,덕유산 산나물 등의 재료가 음식맛을 더해 준다. 묵은지 김치찜이 대표 메뉴. 무주리조트에서 직원들이 재배한 고랭지 배추와 신안천일염,광천 토굴 육젓,무주군 무풍면 태양초 고춧가루로 만든 묵은지와 돼지고기의 궁합이 절묘하다. 1인당 2만5000원. 도라지 더덕 취나물 두릅 다래순 부지깽이 뽕잎 등 덕유산 산나물과 직접 담근 유기농 강된장으로 건강까지 챙겨주는 묵나물 비빔밥 맛도 깔끔하다. 1인당 3만원(063)322-9000

◆하이원리조트 운암정

드라마 '식객'을 촬영한 전통 한정식 레스토랑이다. 드라마 속 가상의 운암정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탄생시켰다. 서울 궁중음식연구원,풍기 약선당 등을 참고해 전통요리 조리법을 재구성했다. 한식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된장 고추장 간장은 한국농업예술위원회에서 10년된 된장 고추장 및 20년된 간장에 햇장을 섞은 장을 쓰고 있다. 5년간 간수를 뺀 소금과 버섯 새우 멸치 가루 등 천연 조미료만 사용한다.

메뉴로는 궁중요리의 기본상차림으로 왕에게 올리는 마음을 담은 운암정찬(15만원),축하연에서 손님을 대접할 때나 또는 회식을 하기 위한 교자상차림에 현대적으로 가미한 음식을 모두 차린 식객한상차림(4인 20만원),정조대왕의 모친인 혜경궁홍씨의 회갑연에 기록된 진찬요리를 기본 바탕으로 한 진어별만찬(시가) 등이 있다. 전통혼례는 물론 다례체험도 할 수 있다. (033)590-7631

◆비발디파크 식객

드라마 '식객'에 나왔던 숯불구이 전문 식당이다. 전통 발효 기법으로 만든 천연 효소액을 요리할 때 쓴다. 요리 맛이 담백 깔끔한 이유다.

천연효소로 숙성시킨 구이 메뉴로는 한우생고기구이(180g 4만5000원) 벌집왕목심양념구이(300g 1만5500원)등이 있다. 천연효소를 쓴 다양한 장아찌와 팔봉산 산채를 재료로 한 식사도 즐길 수 있다. 효소장아찌는 다래 무 뽕잎 아카시아 매실 산초 등 20여가지에 달한다. 8~9가지의 장아찌가 들어간 효소장아찌비빔밥(9000원)이 별미다. 1588-4888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