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의 KT 경영 2년…"큰 기업들과의 싸움 쉽지 않더라"
이석채 KT 회장이 20일 신년기자회견 자리에서 2년 재임 기간의 소회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 회장은 "큰 기업들과의 싸움은 쉽지 않았다"며 대기업들과의 갈등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병가 소식에 대해서는 "혁명적인 업적을 이룬 사람"이라며 "우리 인류의 손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KT 회장으로 2년 동안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모든 게 힘들었죠.우리가 전진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마다 발목이 잡혔어요. 대기업들과 싸운다는 게 어디 간단한 일입니까. 하나도 아니고 셋이잖아요. 우리는 이걸 승패로 끌고 가지 않고 윈-윈(상생)으로 끌고 갔어요. 네트워크 장비도 그랬는데,다음 달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 가 보면 네트워크 장비에서 우뚝 서는 기업이 한국에서도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겁니다. "

▼직원들이 무서워하지 않나요.

"내가 무섭나요? 내가 공익과 사익을 혼동하는 사람은 용납 안하지요. 회사 이익보다 자기 이익을 위해 뛰는 사람들은 용납 안해요. 또 우리가 윤리를 중시하고 중소기업과 같이 가는 걸 중시하는데 이걸 어기는 사람도 용납 안해요. "

▼그럼 무섭네요.

"읍참마속이 동서고금의 명언으로 남은 것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에요. 가까운 사람,사랑하는 사람이 잘못하면 쳐야 하니까 인간으로서 어렵죠.지휘관은 상벌을 분명히 할 수 있어야 하죠."

▼고독할 때가 많겠네요.

"고독할 때가 많죠.제일 가슴 아픈 때는 공과 사에서 공을 택할 때죠.이해관계가 부딪칠 때 마지막에 접근하는 사람은 가까운 사람이잖아요. 예산 편성할 때도 그랬고….한번은 상관이 지시를 했는데 내가 안된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명령이라고 하더군요. 명령이어도 안된다고 했어요. 야단이 났죠.나중에 그분한테 말했어요. 부탁한 사람이 당신한테는 친구지만 나한테는 어렸을 때부터 가깝게 지냈던 형입니다. 그 부탁 못 들어줄 때 당신은 체면만 상하지만 나는 마음이 아픕니다. "

▼힘든 세월을 보냈는데 약이 됐나요.

"약이 됐겠죠.인생의 황금기인 50대에 아무 일도 않고 지냈잖아요. 남들이 한창 일할 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내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했는데,여기(KT) 와서 일 하네요. 보람이죠.기업 경영을 통해 정책집행가로서 생각했던 이상의 일부라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죠."

▼작년에는 어떤 일이 기억에 남나요.

"아이폰4가 예정보다 3개월 늦게 나왔는데 그때가 힘들었죠.우리가 막 비상하려고 할 때였거든요. "

▼스티브 잡스가 병가를 떠난 것은 KT에는 안좋은 일이겠죠.

"세계를 위해 안좋은 일이죠.잡스가 이룬 혁명이 얼마나 대단합니까. 그 사람이 한 혁명이 두 가지예요. 하나는 앱(응용 프로그램) 시장,콘텐츠 시장은 국내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그걸 글로벌 마켓으로 탈바꿈시킨 것이죠.우리 젊은이들과 우리나라한테 엄청난 기회를 만들어 줬죠.두 번째는 콘텐츠 공급자한테 거래금액의 70%를 나눠준 것이죠.콘텐츠에 밸류(가치)를 줬고,소비자한테는 만족을 줬죠.잡스가 아프면 인류의 손실이죠."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