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들의 일관성 없는 투자의견과 뒷북 조정이 빈축을 사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고수했던 UBS가 갑작스레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했다. 전날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처음 장중 100만원에 도달하자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외국계 증권사의 일방적인 혹평으로 타격을 입었던 기업들은 한결같이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오락가락 목표가…뒷북 조정 빈축

UBS는 20일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매수'로 올리고,목표주가는 92만원에서 120만원으로 대폭 높였다. UBS는 "1분기 실적 저점이 예상되고 D램 가격도 회복 중"이라며 삼성전자의 올해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34% 상향했다. 작년 9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21만원에서 83만원으로 급격히 하향 조정해 충격을 준 지 넉 달 만이다.

UBS는 삼성전자 주가가 92만원을 돌파한 지난해 12월7일 "갤럭시탭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92만원으로 올렸지만 투자의견은 여전히 '중립'을 유지했다. PC용 D램 공급 과잉이 계속되는 가운데 단기 급등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는 이유였다.

당시 UBS는 2011년 하반기까지 실적 리스크가 여전하다며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도 11조3000억원으로 18% 낮췄다. 대다수 국내외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00만원 이상으로 제시한 상황에서였다.

불과 한 달 만에 UBS가 부정적 의견을 철회하자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업황이 급변했다기보다는 전날 삼성전자 주가가 100만원을 찍었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뒷북식 투자의견 상향은 투자자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빗나간 전망 슬그머니 수정

UBS는 하이닉스에 대해서도 목표주가를 1만7500원에서 2만9500원으로 한 달 만에 68.57% 끌어올렸다. UBS는 2009년부터 '하이닉스를 사면 안 되는 18가지 이유'라는 보고서를 내는 등 하이닉스에 대한 혹평을 이어왔다.

불과 한 달 전에도 '확실한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놓아 하이닉스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UBS는 지난해 3월 '하이닉스 실적이 4분기에 정점을 찍었다'고 했다가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자 7월에 다시 '3분기가 정점'이라고 의견을 바꿨다.

JP모간도 작년 말 목표가를 슬그머니 2만3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올렸다. 현대제철에 부정적이던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말 "설비투자로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10만8700원에서 13만6600원으로 25.66% 올렸다. 더구나 올해 최선호주로 꼽아 투자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국내 기업 때리기 의도 살펴야"

납득하기 어려운 투자의견은 이번뿐이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4일 현진소재에 대해 커버를 종료한다며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보고서가 나온 다음 거래일인 17일 현진소재 주가는 8.41% 급락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11월 발표된 3분기 실적을 근거로 "그간 공격적인 증설로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3분기 실적이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진소재에 대해 미래에셋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이 턴어라운드가 시작됐다고 분석한 4분기 업황은 반영하지 않았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가장 최근 실적을 근거로 마지막 보고서를 내도록 되어 있다"며 "아직 4분기 실적이 나오지 않아 3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리포트를 작성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해당 기업에 대한 의사 소통이 부족한 상태에서 자칫 잘못된 전망을 내놓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미/노경목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