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공동 기자회견을 가진 백악관 이스트룸.전 세계 300여명의 취재진이 들어차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자리를 못 잡은 기자들은 서서 들을 수밖에 없었다.

기자들은 두 사람의 한마디 한마디는 물론 후 주석의 표정과 제스처를 따라잡는 데 촉각을 곤두세웠다. 후 주석은 기자들로부터 공개적으로 질문받는 것을 싫어한다는 후문을 들은 터였다. 실제로 미 · 중 정상회담만 돌아보면 2005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의 베이징 회담 이후 첫 회견이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공동성명만 읽었을 뿐 질문은 받지 않았다.

이번 회견은 미국이 공개회견을 갖자고 강력히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당초 예정된 시작 시간이 27분 정도 늦춰졌다. 동시통역시스템까지 고장나 순차통역으로 진행돼 진행 시간이 1시간 이상 걸렸다. 가장 주목된 것은 후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의 답변 스타일.

오바마는 450억달러에 이르는 선물을 받아서였는지 중간중간 싱글벙글이었다. 때론 소리내어 웃기도 했다. 그는 후 주석이 시카고를 방문하는 일정에 대해 "후 주석이 내 고향 시카고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매우 기쁘다"면서 "이 한겨울에 시카고를 방문할 만큼 용감한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시카고는 추위로 유명하다.

오바마는 답하기 곤란한 질문에는 유머로 받아넘기는 여유를 보였다. 미국이 정말 중국의 성장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느냐고 묻자 "책임 있게 행동한다면 중국의 부상은 세계에 좋은 일이며,미국에도 좋은 일"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후 주석에게 자동차 비행기 등 모든 종류의 물건을 팔고 싶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후 주석은 상대적으로 묵직하고 차분하게 답변했다. 두 손의 제스처는 컸다. 미국 기자들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자 굳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렇지만 노련했다. 미국의 두 번째 질문 기자가 왜 첫 번째 기자의 인권 관련 질문에 답을 주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후 주석은 "기술적 통역 문제와 해석의 문제로 인권에 대한 질문을 못 들었다"고 대응했다. "(첫 번째 질문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 질문인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