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김비오(21 · 넥슨)는 헤매고 많은 톱랭커들이 불참했지만,미국PGA투어 봅호프클래식은 얘깃거리를 쏟아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인근 PGA웨스트 등 네 코스(파72)에서 21일(한국시간) 치러진 대회 2라운드에서 조나탄 베가스(베네수엘라)와 부 위클리(미국)는 합계 13언더파 131타로 공동선두에 나섰다.

베가스는 지난해 2부(네이션와이드) 투어에서 상금랭킹 7위를 차지하며 올해 미PGA 투어카드를 받은 선수.베네수엘라 출신으로 27세인 그는 10년 전 골프를 하고 싶어 골프클럽만 달랑 든 채 미국으로 건너갔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골프를 사치스런 운동으로 규정하고 골프장을 잇따라 폐쇄시켜 연습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없고 영어도 못했던 베가스는 텍사스대 골프팀에서 샷을 가다듬었고 네이션와이드투어를 전전하다 마침내 지난해 '베네수엘라인 최초의 미PGA 투어프로'라는 꿈을 이뤘다. 미PGA투어 대회에 나선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지난해 그의 드라이버샷 거리는 312.9야드(랭킹 3위)에 달할 만큼 장타력도 갖췄다. 그는 "골프에 열성이었던 아버지의 뒷받침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골프클럽이 없어 빗자루로 플라스틱 공이나 돌멩이를 치는 연습을 하다 동네 유리창을 숱하게 깨기도 했다"며 어린 시절을 털어놓았다. 또 "타이거 우즈가 1997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할 때 처음으로 TV를 통해 골프대회를 관전했다"고 덧붙였다.

베가스와 함께 선두를 이룬 위클리도 사연이 있다. 퍼트가 안 돼 골머리를 앓던 위클리는 이 대회에 앞서 퍼터를 교체했다. 길이는 종전 33인치에서 34인치로,샤프트는 종전 헤드 가운데에 박힌 것에서 힐(뒤끝)에 박힌 제품으로,헤드는 더 무겁게 피팅해 대회에 나섰다. 클리블랜드 · 네버컴프로마이즈 피팅팀의 도움을 받았다. 그 덕분인지 첫날 65타(퍼트수 28개),둘째날 66타(27개)로 날았다. 그는 "예전에는 퍼터를 들면 마치 방울뱀을 잡은 것처럼 안절부절못했다. 볼이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 감을 잡지 못하는 것은 물론 백스윙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새 퍼터(네버컴프로마이즈 갬블러 라인)는 오래 전에 쓰던 퍼터와 같이 묵직해 볼을 잘 굴릴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첫날 63타로 단독선두였던 데렉 램리(미국)는 둘째날엔 10타나 처진 73타를 치며 케빈 나(28 · 타이틀리스트)와 같은 18위에 머물렀다. 램리는 2번홀(파4)에서 파보다 5타 많은 9타(퀸튜플 보기)를 기록했다. 김비오는 트리플 보기,더블 보기를 쏟아내며 4타를 잃은 끝에 공동 121위(3오버파 147타)로 떨어졌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