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8000만원 전셋집…90만원씩 월세 계약하는게 유리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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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로 갈까 월세로 갈까
하루가 멀다 하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주택 임대료를 놓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기싸움이 팽팽해졌다. 월세로 돌리려는 집주인과 전세를 선호하는 세입자 간에 벌어지는 신경전이다.
세입자가 전세를 선호하는 것은 전세 보증금은 계약 기간이 끝나면 돌려받지만 월세는 집주인 주머니에 들어가는 순간 모두 사라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월세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전셋집을 찾는 세입자 비율이 높은 이유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돈을 빌려 전세자금을 조달했다면 월세가 전세보다 유리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여유자금이 있어 대출을 받지 않는다면 전세가 월세보다 효율적일 수 있지만 전세자금 대출을 끼면 상황이 달라진다. 대출이자 역시 은행으로 사라지는 돈이기 때문이다. 대출을 안고 들어가는 전셋집과 매달 일정금액을 꼬박꼬박 내는 월셋집 중에서 선택을 할 땐 금리 수준을 따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전세 대출 이자보다 월세가 더 저렴?
시중은행에서 현재 상품으로 나와 있는 전세자금 대출의 금리는 연 6%대다. 주택금융공사나 시중은행의 서민 · 근로자 전세대출상품의 경우 4% 후반대로 제시되지만 조건이 까다롭고 대출금액이 크지 않아 일반 전세자금 대출을 통해 전세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연 6%대의 이자를 고스란히 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1억원의 유동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A씨가 전세보증금 2억8000만원인 서울 공덕동 래미안 아파트 전용 59㎡형에 1억8000만원의 대출을 받아 입주했다고 가정해 보자.국민은행의 전세자금 대출금리 연 6.72%(1월10일기준)를 적용하면 A씨가 1년 동안 갚아야 할 이자는 1209만6000원이다.
그렇다면 이 아파트의 월세는 얼마일까.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보증금이 1억원일 경우 월세는 90만원 수준이다. 월세로 계약하면 A씨는 1080만원(90만원×12개월)을 1년 동안 집주인에게 내야 한다. 집주인의 월세수익률은 연 6%다.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면 세입자는 산술적으로 120만원 정도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으려면 수수료 등의 비용에다 이런저런 이유로 연체를 할 경우 최고 20% 수준의 연체이자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며 "대출을 끼고 전셋집을 구하려는 세입자라면 월세와 이자를 따져보고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전셋값 1억원 초반대 아파트는 전세가 유리
그렇다고 월세가 세입자 입장에서 항상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전세로 들어가야 유리한 경우도 있다. 전세금 1억원대 초반의 아파트나 오피스텔 원룸 등이 이에 해당한다.
1억원대 초반의 아파트는 대출을 거의 받지 않아도 되거나 대출을 낀다고 하더라도 액수가 많지 않다. 연 4%대인 서민 · 근로자 전세자금 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통상 1억원 초반대의 아파트들은 2억~3억원 이상의 아파트보다 월세수익률이 좀 더 높게 책정돼 있어서 더욱 그렇다.
실제로 송도 J아파트 전용 84㎡형의 전셋값은 1억4000만원 선이다. 월세 조건은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90만원이다. 이 조건으로 계산을 해보면 월세 수익률이 연 9.8%다. 월세 수익률 6%인 서울 공덕동 래미안 아파트보다 4%포인트 정도 높은 수준이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2억~3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1억원대의 아파트와 똑같은 월세 수익률을 적용할 경우 월세 부담이 너무 커져 세입자를 찾을 수 없다"며 "집주인들에게 수익률을 낮춰 잡으라고 권유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전세금이 비쌀수록 좀 더 낮은 수익률을 적용하기 때문에 세입자 입장에선 전세금이 높은 아파트일수록 월세집을 구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전셋값이 서로 다르게 나오듯이 월세도 집주인에 따라 서로 다른 조건으로 내놓기 때문에 더 유리한 조건으로 나온 매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보증금과 월세가 어떻게 책정되느냐에 따라 세입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월세부담이 달라지게 된다. 때문에 몇 %의 월세 수익률이 적용됐는지를 확인한 후 전세자금 대출금리보다 높은 수준인지 낮은 수준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나비에셋의 곽창석 사장은 "요즘처럼 전세매물은 씨가 마르고 월세매물은 쌓이는 상황에선 월세 물건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다"며 "다만 금리와 월세 이율을 꼼꼼히 따져 전세와 월세 가운데 자신에게 더 유리한 물건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선 한경닷컴 기자 yury@hankyung.com
세입자가 전세를 선호하는 것은 전세 보증금은 계약 기간이 끝나면 돌려받지만 월세는 집주인 주머니에 들어가는 순간 모두 사라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월세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전셋집을 찾는 세입자 비율이 높은 이유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돈을 빌려 전세자금을 조달했다면 월세가 전세보다 유리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여유자금이 있어 대출을 받지 않는다면 전세가 월세보다 효율적일 수 있지만 전세자금 대출을 끼면 상황이 달라진다. 대출이자 역시 은행으로 사라지는 돈이기 때문이다. 대출을 안고 들어가는 전셋집과 매달 일정금액을 꼬박꼬박 내는 월셋집 중에서 선택을 할 땐 금리 수준을 따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전세 대출 이자보다 월세가 더 저렴?
시중은행에서 현재 상품으로 나와 있는 전세자금 대출의 금리는 연 6%대다. 주택금융공사나 시중은행의 서민 · 근로자 전세대출상품의 경우 4% 후반대로 제시되지만 조건이 까다롭고 대출금액이 크지 않아 일반 전세자금 대출을 통해 전세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연 6%대의 이자를 고스란히 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1억원의 유동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A씨가 전세보증금 2억8000만원인 서울 공덕동 래미안 아파트 전용 59㎡형에 1억8000만원의 대출을 받아 입주했다고 가정해 보자.국민은행의 전세자금 대출금리 연 6.72%(1월10일기준)를 적용하면 A씨가 1년 동안 갚아야 할 이자는 1209만6000원이다.
그렇다면 이 아파트의 월세는 얼마일까.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보증금이 1억원일 경우 월세는 90만원 수준이다. 월세로 계약하면 A씨는 1080만원(90만원×12개월)을 1년 동안 집주인에게 내야 한다. 집주인의 월세수익률은 연 6%다.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면 세입자는 산술적으로 120만원 정도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으려면 수수료 등의 비용에다 이런저런 이유로 연체를 할 경우 최고 20% 수준의 연체이자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며 "대출을 끼고 전셋집을 구하려는 세입자라면 월세와 이자를 따져보고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전셋값 1억원 초반대 아파트는 전세가 유리
그렇다고 월세가 세입자 입장에서 항상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전세로 들어가야 유리한 경우도 있다. 전세금 1억원대 초반의 아파트나 오피스텔 원룸 등이 이에 해당한다.
1억원대 초반의 아파트는 대출을 거의 받지 않아도 되거나 대출을 낀다고 하더라도 액수가 많지 않다. 연 4%대인 서민 · 근로자 전세자금 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통상 1억원 초반대의 아파트들은 2억~3억원 이상의 아파트보다 월세수익률이 좀 더 높게 책정돼 있어서 더욱 그렇다.
실제로 송도 J아파트 전용 84㎡형의 전셋값은 1억4000만원 선이다. 월세 조건은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90만원이다. 이 조건으로 계산을 해보면 월세 수익률이 연 9.8%다. 월세 수익률 6%인 서울 공덕동 래미안 아파트보다 4%포인트 정도 높은 수준이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2억~3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1억원대의 아파트와 똑같은 월세 수익률을 적용할 경우 월세 부담이 너무 커져 세입자를 찾을 수 없다"며 "집주인들에게 수익률을 낮춰 잡으라고 권유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전세금이 비쌀수록 좀 더 낮은 수익률을 적용하기 때문에 세입자 입장에선 전세금이 높은 아파트일수록 월세집을 구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전셋값이 서로 다르게 나오듯이 월세도 집주인에 따라 서로 다른 조건으로 내놓기 때문에 더 유리한 조건으로 나온 매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보증금과 월세가 어떻게 책정되느냐에 따라 세입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월세부담이 달라지게 된다. 때문에 몇 %의 월세 수익률이 적용됐는지를 확인한 후 전세자금 대출금리보다 높은 수준인지 낮은 수준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나비에셋의 곽창석 사장은 "요즘처럼 전세매물은 씨가 마르고 월세매물은 쌓이는 상황에선 월세 물건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다"며 "다만 금리와 월세 이율을 꼼꼼히 따져 전세와 월세 가운데 자신에게 더 유리한 물건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선 한경닷컴 기자 yu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