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이 북한에 압박을 가하지 않으면 동북아 지역에서 미군을 재배치하겠다"고 강력히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8일 후 주석의 방미 첫날 백악관 가족식당에 초청해 만찬을 하면서 이같이 압박했다고 20일 보도했다. 미국의 강수로 중국은 19일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에 북한의 우라늄 농축과 관련한 우려를 명시하는 데 합의했다는 것이다.

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만찬에서 후 주석에게 북한이 지난해 공개한 우라늄 농축시설 문제를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오바마는 "(핵무기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은 플루토늄 핵무기 생산,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함께 미국에 대한 북한의 3대 위협"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동북아에서 미군을 재배치하고,방어 태세에 변화를 주거나 군사훈련을 강화하는 등 장기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방어 태세의 변화에 대해 "선제 공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중국에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처음이 아니었다. 그가 지난해 12월 후 주석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를 언급한 뒤 다시 강조한 것이라고 NYT는 덧붙였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 장관도 중국에 강경한 노선을 취할 것을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미 국방부 내에서는 여차하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한 미군을 한반도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라크에 이어 아프간 미군은 오는 7월부터 철군을 개시해 2014년 철수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미국은 그만큼 한반도에 추가 배치해 운용할 수 있는 병력이 생기게 된다.

중국은 지난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미국이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를 서해에 파견,한국과 연합훈련을 갖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이 한국의 연평도 추가 사격훈련에 대응하지 않은 것도 중국의 입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중국의 우라늄 농축 우려 발언은 미국이 강하게 나가자 미국과 좀 더 가까운 보조를 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2003년부터 중국이 북핵 6자회담을 중재하기 시작한 것은 중국을 강하게 밀어붙인 결과라고 회고록에서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북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지 못한다면 미국이 북한 내 핵시설을 직접 공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압박하자 중국이 움직였다고 공개했다.

백악관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했다.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한이 고위급 군사회담을 갖기로 한 데 대해 "앞으로 가는 중요한 조치이자 긍정적 조치"라며 "중국이 북한의 농축 프로그램에 처음으로 우려한 미 · 중 정상회담의 결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공동성명에서 관련 입장을 낸 것은 한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착수하도록 믿을 수 있는 일련의 여건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