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삼성전자 협력사 동반성장 우수사례 시상식'이 열렸다. "대상에 인탑스"라는 발표가 강당에 울려퍼졌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김재경 인탑스 사장에게 악수를 청했다. 김 사장은 지난 26년 삼성전자와 함께한 도전과 성취의 순간을 떠올리며 손을 잡았다. 그는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면서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인탑스에도 경쟁사를 이길 수 있는 차별화한 배터리 커버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숙제였다"며 "협력업체도 기술력으로 승부해 대기업과 동반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도전해야 산다"

김 사장이 회사를 차린 것은 1981년이었다. 경기 안양에 인탑스(옛 신영화학공업사)를 세우고 백색가전 외관 부품을 만들었다. 삼성전자와 연을 맺은 것은 우연이었다. 1983년 한 삼성전자 직원이 무작정 찾아와 "삼성 전화기 한번 해보시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김 사장은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 바로 응했다. 3일 뒤 협력업체로 등록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인탑스 직원들은 난생 처음 전화기부터 휴대폰까지 유행에 맞는 케이스들을 만들어 냈다.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일에 도전하면서 기존에 없던 증착 기술을 업계 최초로 개발하고 레이저 가공공정도 도입했다.

그런 김 사장에게 지난해 초 '위기'가 닥쳤다. 스마트폰이었다. 스마트폰은 기존 휴대폰과 달리 배터리를 덮는 케이스 디자인이 승부를 갈랐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 디자이너들이 들고 온 시안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고 한다. 시도한 적이 없는 '도트 패턴(갤럭시S 케이스 후면의 점박이 패턴)'을 넣어온 것.직원들은 하루에도 대여섯 번씩 시제품을 버려가며 매달렸다. 출시 후 1000만대 판매를 넘어선 갤럭시S의 도트 패턴 디자인은 그렇게 탄생했다.

◆삼성 초슬림 TV는 우리가…루멘스

2004년 설립된 LED(발광다이오드) 칩 패키지 전문회사 루멘스는 2007년 KAIST 에서 전자 공학을 전공한 유태경 박사를 사장으로 영입,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LCD(액정표시장치) 후면광원으로 쓰이는 LED칩 패키지를 만들면서 삼성전자 LCD사업부의 2차 협력업체가 됐다.

작년 초 "두께가 5㎜에 불과한 새로운 TV를 한번 해보자"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람들이 찾아왔다. LED칩 패키지를 얇게 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유 사장은 "중소기업이지만 기술에 대해선 그 누구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루멘스는 세계 TV 시장 1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함께 개발에 매달리면서 두께 5㎜의 LED TV 8000 시리즈를 만들어냈다.

루멘스는 삼성전자 우수협력업체 시상식에서 동상을 받았다. 인탑스와 루멘스 외에도 유창옵티컴(금상) 이랜텍 · 아이피에스 · 삼진LND(은상) 동양정공(동상) 등 총 26개 협력사가 상을 받았다. 최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은 협력사의 도움 없이는 절대로 이룰 수 없는 성과였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